부패 추문 속에 치러진 몰타 총선서 집권 노동당 압승

입력 2017-06-05 17:18
부패 추문 속에 치러진 몰타 총선서 집권 노동당 압승

무스카트 총리 임기 5년 연장…유권자, 부패 심판보다는 경제 선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 섬나라 몰타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이 총리 일가와 주요 각료들이 연루된 부패 추문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뒀다.

조지프 무스카트(43)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4일 전체 투표의 약 92%가 개표된 가운데 약 55%를 득표, 44%에 그친 국민당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스카트 총리는 노동당 당사 앞에 모인 수 천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노동당은 몰타 역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의 제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우리를 믿어줬다"고 강조했다.

국민당의 사이먼 버서틸(48) 대표는 "언제나 그랬듯이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부인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연루되며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무스카트 총리는 정치적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예정보다 1년가량 총선을 앞당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 성격의 이번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앞으로 5년 더 몰타를 이끌게 됐다.



2013년 노동당이 압승한 총선 이후 총리직에 오른 그는 집권 기간 유럽연합(EU)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의 3배인 5%대의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일궈내며 인기를 누렸으나, 지난 3월 몰타의 유명 블로거의 폭로로 부인이 파나마에 페이퍼 컴퍼니를 보유해 석연찮은 돈을 수령한 의혹이 드러나며 위기에 처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의 최대 법률회사이자 '역외 비밀 도매상'으로 악명 높았던 모색 폰세카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문건이다.

무스카트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작년에도 에너지 장관과 총리의 수석보좌관이 파나마에 비밀 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무스카트 총리와 측근들은 파마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맞지만 어떤 부정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해왔다.

인구 43만 명으로 EU 최소국인 몰타 국민은 결국 부패 추문에 연루된 집권당을 심판해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무스카트 총리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이 2차례 연속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몰타가 영국에서 독립한 1964년 이래 사상 처음이다.

무스카트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몰타의 재정 흑자를 지렛대 삼아 사상 최대 규모인 7억 유로(약 8천800억원)를 투입, 도로 등 몰타의 인프라 개선에 나설 것을 공약했다. 또,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세금 감면과 연금 인상 등도 약속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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