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 없는 원시적 공격에 골머리 앓는 英 대테러 당국
"자발적으로 나선 개인·소규모 집단 각자 계획대로 활동"
"일상생활에서 쓰는 차량·흉기로 공격…사전 감지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영국 당국이 최근 테러가 잇따르자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공격 방식에 뚜렷한 패턴이 없는 데다 사전 감지가 어려울 정도로 원시적이어서 골머리를 앓는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영국 정보기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졌으며, 유럽을 노리는 테러범들이 이 같은 이유로 영국을 공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향마저 있을 정도다.
작년 브뤼셀 테러 주범인 모하메드 아브리니는 조사 과정에서 "영국의 첩보 활동이나 감시 기술 등이 더 뛰어나다"며 "다른 나라보다 공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밤 런던에서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격에 사용된 무기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승합차와 흉기로 전문 테러리스트의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정교한 폭탄이나 총과 같은 무기가 사용됐다면 사전에 움직임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컸겠지만, 누구나 접근 가능한 물건이 동원돼 오히려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지난 3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승용차 테러 때도 마찬가지였다.
패턴을 가지고 움직이는 테러 조직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각자 계획에 따라 산발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도 사전 차단을 어렵게 했다.
마이클 프리전트 미 허드슨 연구소의 부선임 연구원은 미국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 건의 공격 모두 제각기 달랐다"며 "이 세 건이 서로 직접 연계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더구나 자발적으로 테러에 나서는 개인이나 집단은 중동 테러 조직과 직접 연락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극단주의자로 지목되는 감시 대상마저 점차 늘고 있어 당국 입장에서는 누구를 집중 감시 대상으로 택할지 결정하는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런던 테러범과 최근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범이 극단주의 사상을 이유로 정보 당국에 신고된 적이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경찰과 정보기관이 위협을 다루기에 충분한 권한을 가졌는지 살펴보고, 덜 심각한 수준의 테러에 대해 징역 기한을 늘릴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테러 방지 프로그램인 '프리벤트'(Prevent·예방)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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