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나오나" 술렁이는 주택시장…국토부 "다각 검토"
LTV·DTI 완화조치 다시 환원될 듯…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 촉각
보유세 인상, 임대주택 등록제 등 도입 가능성도…전문가들 "핀셋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윤종석 기자 =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아파트 가격 안정을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5일 "부동산 시장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 수위를 높여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이미 지난주부터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강동구 둔촌동 중개업소 대표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수자들도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까 가격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사라졌던 매물도 다시 나오고 있는데 좀 더 지켜보겠다며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오는 7월 말로 종료되는 LTV·DTI 완화조치가 원래대로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침체로 하우스푸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2014년 8월부터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는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대출 만기나 주택가격에 따라 LTV 50∼60%가 적용됐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LTV가 70%로 일괄 상향 조정됐다.
특히 수도권 6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가 50%에서 70%로 상향조정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이 있었다. 서울은 DTI도 50%에서 60%로 완화됐다.
이러한 완화조치는 유효기간이 1년으로 두 차례의 재연장을 거쳐 올해 7월 말 효력이 끝난다.
주택업계는 그동안 주택담보 대출을 총량 규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 대출 한도 축소로 주택거래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완화 조치를 2018년 7월 31일까지 추가 연장해줄 것을 건의해왔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 마련에 시간이 걸리고 실제 DSR 규제도 내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TV 등 추가 연장 조치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과거 "LTV·DTI 규제를 푼 것이 지금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는 점도 강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LTV·DTI가 원래대로 환원되거나 더 강화될 경우 주택시장에 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부동산수석위원은 "소득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은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50% 남짓으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특히 LTV 완화 혜택이 많았던 고가 주택의 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고객자문센터장도 "실제 담보대출은 집값의 50% 안팎에 이뤄진 경우가 많지만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사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특히 대출 규제를 뛰어 넘어 투기과열지구 등 강력한 추가 대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행 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등을 고려했을 때 투기가 성행하거나 성행할 우려가 큰 곳'을 지정하는 것으로 국토부령에 따라 정해진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면 지정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수도권과 충청권의 경우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부터 5년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없고 그 외 지역은 1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최대 3가구까지 가능한 조합원 분양 가구 수가 1가구로 줄어든다. LTV와 DTI도 강화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11·3대책을 내놓을 때도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재건축 지위 양도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주택시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해 '청약조정지역'을 도입했다.
기존주택 시장을 건드리지 않고 강남권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면서 청약 1순위 자격을 강화하는 등 청약시장쪽을 규제하는 우회 전법을 쓴 것이다.
하지만 청약조정지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규제가 나올지 시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공약에선 빠졌지만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 카드도 여전히 거론된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주택 구매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내년까지 유예돼 있는 연 2천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 과세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당들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주택임대소득 과세의 발판이 될 임대주택 등록제 도입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단계적 검토 과제인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현 정부 임기내 단기적으로 전셋값은 급등할 수 있으나 임대소득 감소 등이 문제로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주택가격 하락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그물망식' 대책보다 과열이 나타나고 있는 곳만 정밀타격할 수 있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나는데 과도한 정부 대책으로 집값이 폭락할 경우 대출이 부실해지고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등 주거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투기수요는 줄이더라도 실수요는 원활하게 주택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주택보급률이 95%에 머문 상태에서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들이 안전자산인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그동안 공급이 많았던 지방은 미분양이 늘고 가격도 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부동산 규제는 시장을 장기 침체로 몰고 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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