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바레인·UAE·이집트, 카타르와 단교…이란놓고 충돌(종합2보)
"카타르, 테러리즘 지원" 주장…카타르 '친이란 오보' 여파
카타르 독자 외교노선 해묵은 갈등 재발…미국은 대화 촉구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이 5일 국제사회의 이란 적대정책을 비판한 카타르와 국교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날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여러 종파적 조직과 테러조직을 포용하는 카타르와 외교관계 단절을 결정했다"고 현지 국영통신이 보도했다.
UAE, 이집트, 바레인 정부도 뒤이어 낸 성명에서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후원하고 내정 간섭을 해 단교한다고 밝혔다.
걸프 국가의 '내정 간섭'이라는 표현은 자국내 시아파를 선동하는 이란을 염두에 둘 때 사용한다.
이들 국가는 단교 발표 직후 자국은 물론 카타르 육로 통행은 물론 항공기, 선박의 왕래를 전면 차단했다. UAE와 이집트는 자국내 카타르 국적자에게 48시간 이내에 떠나라고 지시했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참전한 카타르군의 병력도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타르 정부는 "아랍국가들의 외교관계 단절은 정당화할 수 없는 유감스러운 조치"라며 반박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단교 사태로 중동에서 벌이는 대테러전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대화를 촉구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엔 미 중부사령부의 전투기와 병력 1만명이 주둔하고 있다.
종파(수니파), 혈통(아랍계)적인 동질성과 사우디라는 '큰 형님' 리더십 아래 산유국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은 걸프 지역 국가가 이렇게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걸프 수니파 왕정 6개국은 1981년 걸프협력회의(GCC)를 결성해, 정치·외교·경제 정책에 대해 그 어느 지역 동맹보다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해 왔다.이번 사태의 근저엔 카타르 알타니 왕가의 독자적인 외교노선이 자리 잡고 있다.
카타르가 사우디의 적성국인 이란과,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긴밀하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탓이다.
걸프국가는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이 정권 존립을 위협한다며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이집트의 독재 정권 호스니 무바라크를 퇴출하는 시민 혁명을 주도했다.
그러나 카타르만은 유독 이들에게 온건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현 대통령이 2013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면서 무슬림형제단의 일부가 카타르로 도피하자 카타르는 이들을 사실상 보호했다.
이후 사우디 등의 압박으로 국외추방했지만 이 과정에서 2014년 3월 사우디, UAE, 바레인은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외교 마찰을 빚었다.
카타르는 또 미국과 중동 4개국과 갈등 관계인 이란과도 대화채널을 유지해 주변국과 종종 불화를 겪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단호한 조치는 카타르 당국의 수년에 걸친 전반적 위반사항 탓"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의 독자 외교를 둘러싼 잠재했던 갈등이 재발한 셈이다.
카타르와 주변국 간의 갈등은 최근 카타르 국영통신 QNA의 지난달 23일 카타르 국왕 연설기사 보도 건으로 재발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정책을 정당화할 구실이 없다"고 미국과 중동 주변국의 이란 적대정책을 비판한 내용이다. 동시에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무슬림형제단를 두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기사는 보도 직후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카타르는 이를 해킹에 의한 '가짜 뉴스'라며 즉각 삭제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우디 등은 카타르 측 해명을 인정하지 않고 QNA, 알자지라 등 카타르 주요 언론사 사이트들을 차단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걸프 국가의 대(對)카타르 강경 조치에 동참한 이집트 엘시시 정권도 카타르 왕족이 소유한 알자지라 방송이 여론을 선동한다면서 논조를 놓고 긴장 관계였다. 엘시시 정권은 알자지라 지국을 폐쇄하고, 기자와 직원을 구속했다.
이번 단교 조치는 3년 전 자국 대사 소환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점에서 걸프의 결속을 해칠 수 있는 카타르의 독자 노선을 확실하게 제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lucid@yna.co.kr,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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