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익사사고 잊었나…불법 판치는 대청호 수상레저
무등록 모터보트 아찔한 곡예운전, 음주·정원초과도 예사
불법 접안시설 5곳 달해…"영업 아니다" 지자체 단속 피해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때 이른 무더위 속에 대청호가 불법 수상레저가 판치는 무법천지로 변하고 있다.
안전장구를 갖추지 않은 무등록 모터보트가 굉음을 내면서 아찔한 곡예운전을 벌이고, 들뜬 기분에 술판을 벌이거나 정원을 초과한 막무가내 운항하는 선박도 많다.
호수 곳곳에는 불법 접안시설(탑승장)까지 버젓이 들어서 제트스키나 수상스키 등을 강습하면서 당국의 허술한 단속을 비웃고 있다.
5일 충북 옥천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군북면 대정·석호리 일원 대청호에 수상레저를 위한 접안시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확인된 곳만 5곳이다.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Ⅰ권역'인 이곳은 원칙적으로 물놀이를 위한 접안시설 등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이나 동호회 활동이라면 딱히 규제하거나 내쫓을 근거가 없다.
문제는 단속하는 입장에서 '영업행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법의 허점을 잘 아는 업자들이 동호회나 취미활동이라고 둘러대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
불법 개연성이 높다 보니 안전에 취약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지난달 5일 이곳에서 일행들과 바나나보트를 타던 30대 남성이 보트가 집어지면서 물에 빠져 숨졌다.
사고 당시 이들은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보트를 몰던 A(37)씨를 입건해 불법 영업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2015년 8월에도 웨이크보드를 배우던 대학생이 모터보트의 스크루에 걸려 다치는 사고가 났다.
당시 업체 측은 동호회 활동이라고 둘러댔지만, 경찰 조사과정서 불법 영업이 드러나 업주가 입건됐다.
일부는 모터보트를 몰고 선상 낚시까지 해 현지 어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보트가 어장을 파괴하고, 어민들의 설치한 그물을 훼손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2005년 개정된 내수면어업법은 강·호수 등에서 동력기관(엔진)이 부착된 보트를 이용한 물고기잡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낚시꾼을 싣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모터보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옥천군의 경우 지난해 대청호에서 적발한 11건의 불법 어업행위 중 6건이 동력선박을 이용한 낚시였다.
군 관계자는 "요즘 가뭄으로 대청호 수위가 내려앉으면서 선상 낚시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이달 말까지 경찰·대청댐 관리단 등과 합동으로 호수 내 불법행위 집중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달에도 2건의 동력선박 낚시를 적발해 50만원씩 과태료를 물렸다.
또 무등록 모터보트 1척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승선 인원을 초과하거나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등 안전수칙을 위반한 3명에게 10만∼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군 관계자는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대청호 유역이 워낙 넓은 데다 도주하거나 위반사실을 부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들뜬 기분이 자칫 큰 수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행정지도선의 통제에도 잘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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