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는 한국 야구인'…프로화 추진 중국 '블루오션'되나

입력 2017-06-05 05:00
'중국 가는 한국 야구인'…프로화 추진 중국 '블루오션'되나

2019년 20개팀 목표로 단계적 프로화 추진…한국인 지도자 조건·평판도 좋아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중국 프로축구 무대를 주름잡던 한국인 지도자가 최근 잇달아 옷을 벗었다.

중국 슈퍼리그 창춘 야타이의 이장수 감독에 이어 2부 리그 항저우 뤼청의 홍명보 감독,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최용수 감독이 차례로 팀에서 하차했다.

성적 부진, 구단과의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중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축구 지도자를 오래전부터 수입했다.

프로 출범을 준비하는 중국 야구도 한국인 지도자에게 큰 기대를 건다.

야구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야구리그(CBL) 1부리그 팀에 진출한 한국 지도자들도 성적 부진과 문화적 갈등에 의한 계약 해지 등으로 중도에 퇴진했다.

지난해 1월 중국 광저우 광둥 레오파드 수석코치로 건너간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강타자 출신 강정길 경북고 전 감독이 올해 2월 퇴임했다.

중국인 감독과의 팀 운영 등에서 빚어진 마찰 탓에 아쉽게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대신 한화 투수 출신 신재웅이 이 팀의 투수코치로 3월부터 활약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쑤 페가수스를 지휘한 LG 트윈스 출신 정삼흠 전 코치도 지난달 초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자세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팀 운영과 성적을 둘러싼 장쑤성 측과의 시각차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 하차한 두 지도자와 달리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추천으로 중국에 간 구명근 전 전주고 감독은 베이징 타이거스에서 역량 있는 지도자로 입지를 굳혔다.

4월부터 팀을 본격 지휘한 구 감독은 벌써 두 차례나 팀을 중국 정상으로 이끌어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에 따르면, 베이징 구단은 투수들 전체 기량을 끌어올려 육성 시스템을 구축한 구 감독과 장기계약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프로팀들은 올해 8∼9월 열리는 중국전국체전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위해 최근 한국 지도자들을 급히 영입했다.

각 성(省)의 자존심을 내걸고 4년마다 열리는 중국전국체전은 중국 내에서 하계올림픽에 버금가는 큰 인기를 누린다. 성 정부가 금메달리스트에게 주는 포상도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의 야구협회 격인 중국봉구(棒球)협회와 양국 야구 유대를 긴밀하게 논의하는 강민호 KBO 기획팀장은 "중국이 2∼3년 내 야구의 프로화 목표를 세우고 현재 CBL 1부리그 6팀의 우선 프로화를 추진 중"이라면서 "2019년까지 프로팀을 20개로 늘린다는 게 목표"라고 5일 소개했다.

KBO는 지난 3월 중국봉구협회, CBL 운영자이자 중국봉구협회의 시장 협력 파트너인 헝달연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중국 진출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MOU에 따라 KBO는 중국과의 청소년 야구교류를 확대하고 국내 지도자·심판의 중국 파견과 중국 코치의 국내 초청에 앞장서 한국 야구의 노하우를 중국에 전수하기로 했다.

KBO는 야구 관련 교재를 중국어로 제작해 주로 공무원인 중국 야구관계자들 교육에도 나섰다.

강 팀장은 "아직 중국 야구에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세부 교육을 위해 우리 심판과 기록 관계자들을 보내달라는 중국의 요청이 많다"면서"특히 중국전국체전에서 공정한 판정을 기하고자 우리 심판을 보내달라고도 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야구가 한국인 지도자를 바라는 이유는 뭘까.

강 팀장은 "KBO리그가 출범할 당시 1982년의 상황과 지금 중국의 상황이 비슷해 우리 시스템을 모델로 삼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약 50개의 전국 고교 야구부를 바탕으로 6개 팀으로 프로 시대의 막을 올린 1982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현재 50개 고교 야구팀과 6개 팀 우선 프로화 정책으로 프로 출범을 준비하는 중국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KBO리그가 지난 36년간 인기와 규모 면에서 고도성장을 이룬 터라 중국 프로야구가 발족과 동시에 인기몰이에 나서려면 한국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중국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강 팀장은 덧붙였다.

강 팀장은 "과거엔 우리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때린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전문성으로 무장한 지도자들이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중국 지도자들과 달리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서 신뢰를 받고 있다"고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야구 지도자 대우 조건은 매력적인 편이다.

성 정부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보통 우리 돈으로 매달 500∼580만원 정도의 보수와 숙식, 통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돈에서 아쉬움이 없는 중국인 만큼 전국 체전에서 우승하면 7∼8천만원 정도를 한국 지도자에게 '보너스'로 지급하는 옵션 계약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넓은 중국 대륙이 KBO브랜드 확산과 한국 지도자 수출의 '블루오션'이 될지 주목된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