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추경] '예산통'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 물밑 진두지휘

입력 2017-06-05 09:00
[2017 추경] '예산통'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 물밑 진두지휘

당초 10조원 규모 전망에 김 후보자 '시장 기대' 이상 편성 지시

"성과 낼 수 있고 국민 원하는 사업 담아야" 주문도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 5월 9일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획재정부 예산실 움직임은 빨라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각종 공약, 그중에서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바로 출범하면서 경제부총리 인선이 언제 단행될지 불투명했다는 점이다.

다행히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부총리에 지명했지만 오는 7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기재부는 '선장없는 배'와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물밑에서 추경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사실상 기재부 통합 이후 첫 '예산통' 출신 부총리 지명자다.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재정정책기획관 등 예산 관련 업무를 주로 했고, 2011년에는 예산안 편성 책임자인 기재부 예산실장을, 2012년에는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2차관을 역임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김 후보자는 일자리 추경 편성이 가시화되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추경을 챙겼다.

예산실로부터 진행상황을 보고받는 한편 추경 규모 및 구체적인 사업 선별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당초 10조원 규모로 전망됐던 올해 추경안을 11조2천억원으로 확대한 것 역시 김 후보자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을 펼 때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0bp(basis point·0.5%포인트) 인하를 예상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100bp의 금리인하를 단행,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를 들면서 모두가 예상하는 10조원 이상으로 추경 규모를 키우라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추경에 국채 상환이 제외된 것 역시 재원을 일자리 창출 등에 집중 편성하도록 한 김 후보자의 주문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또 추경의 구체적인 사업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에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 '국민이 기대하고 원하는 사업' 위주로 짜도록 지시했다.

기초수급자와 부양의무자가 모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인 경우 기초생보 부양의무 면제, 국공립 어린이집 2배 확대 등이 김 후보자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시행이 앞당겨지거나 대상이 대폭 확대된 사업들이다.

아주대 총장을 맡아 청년층 취업과 창업 등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청년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는 세대융합형 창업도 신설했다.

김 후보자가 추경 규모 등 큰틀의 방향을 제시했다면, 예산실 실무자들을 이끌며 동고동락한 이는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이다.

2015년 10월 예산실장에 임명된 박 실장은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인사가 지연되면서 1년 8개월 이상 예산당국을 이끌고 있다.

통상 한 번의 본예산 편성 및 국회 통과를 이끌었던 여느 예산실장과 달리 박 실장은 2016년 본예산 국회 통과, 2017년 본예산 편성 및 집행은 물론 지난해에 이어 이번 일자리 추경까지 두 차례의 추경 편성을 이끌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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