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일상화된 테러' 속 아프간 근무하는 서민정 참사관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각오하고 온 건데요 뭘. 많이 조심하고 있고, 규정에 따라 그래도 안전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주재 한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서민정(여·43) 참사관은 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카불 시내에서 벌어지는 잇단 테러에 무섭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말하며 웃어넘긴다.
서 참사관이 카불에 부임한 것은 올해 2월. 한국 여성 외교관이 아프간에 부임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진기훈 대사에 이어 대사관 차석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아프간 재건을 위해 제공하는 많은 원조가 잘 쓰이도록 아프간 정부와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논의를 통해 우리의 대(對)아프간 정책을 만드는 일 등을 한다"면서 "특히 미국과 러시아 등은 아프간 문제를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기에 이들 국가와 협력·논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담장으로 둘러싸여 외부인이 들어오려면 몇 단계의 검문을 거쳐야 하는 이른바 '그린 존' 안에서 5m 폭 도로를 사이에 두고 숙소와 대사관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다.
지난달 31일 오전 90명이 숨지고 460여명이 다친 독일대사관 앞 자폭테러가 났을 때는 마침 진 대사가 정기건강검진을 위해 잠시 한국에 귀국한 상황이어서 서 참사관이 대사관 내 상황을 이끌어야 했다.
그는 "건물이 흔들리고 창문이 깨지니까 일단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무슨 상황인지, 다른 직원들은 어떤지 살펴봤다"면서 "대사관에 파견온 경찰단장과 상의해서 경계 인력은 초소로 들어가고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지하 안전지대로 대피하기로 하고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상연락망을 통해 카불에 있는 교민들이 무사한지 확인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기지 내에서 일하는 한 명이 처음에 연락이 안 돼 애가 탔지만, 곧 연락됐고 모두 무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7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테러가 벌어졌지만, 대사관 본건물에 딸린 가건물 지붕이 내려앉고 많은 유리창이 깨졌을 정도로 이번 테러의 폭발력은 강했다.
서 참사관은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테러 위협이 일상화된 곳이기에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일 미국 대사관 인근 도로에서 나토 군 소속 차량을 겨냥해 벌어진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는 거리로만 보자면 이번보다 한국 대사관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서 참사관은 많은 한국 여성 외교관이 아프간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어려운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특별하게 고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안전 때문에 대사관 근무 인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모두가 '일당백'을 한다는 각오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프간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십여 년간 노력이 결실을 보아 아프간에 진정한 자립이 이뤄지고 테러에서 벗어난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이를 위한 우리 정부와 대사관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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