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사다 양치"…가뭄에 가거도 '알샘' 100년 만에 말랐다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극심한 봄 가뭄에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도 삐쩍 말라가고 있다.
풍족하지 않은 급수시설에도 자연이 머금은 물로 생활해오던 주민들은 심각한 이번 가뭄에는 물 걱정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4일 가거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계속된 가뭄에 마을 중심가 우물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알샘'이라 불리는 이 우물은 급수원으로 사용되다가 수도 시설이 보급된 뒤로는 허드렛일에 필요한 물을 공급해왔다.
마을 노인들은 "알샘이 마른 건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최고봉(639m)인 독실산도 말라가고 있다.
정상부에 있는 레이더 기지 대원들은 기존에는 해발 500m 부근에서 물을 끌어올렸지만, 이제는 마을까지 내려와 물을 길어가고 있다고 마을 주민은 전했다.
마을 주민 임진욱씨는 "독실산은 비가 오지 않아도 구름이 머금은 습기로 항상 젖어있었다"며 "그러나 강우량이 부족해 후박나무 열매들이 수분을 흡수해서인지 올해는 산도, 섬도 모두 메말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평소 계곡에 있는 물을 집수해 대비했다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물이 부족하니 식사 때도 그릇을 덜 쓰고 빨래는 모아서 하는 등 불편이 일상이 됐다고 그는 호소했다.
외지 손님을 받는 식당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한 식당 운영자는 "외지인들이 슈퍼마켓에서 생수를 사다가 이를 닦는 판에 식당에서 쓸 물이 있겠느냐"며 "손님도 못 받으니 (육지로)나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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