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새처럼 날았다…잠실 외야에 '레드카펫' 깔렸다
3일 LG전 결정적인 호수비에 결승타까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베테랑 외야수 이종욱(37)에게 2017년 시작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대교체를 천명한 김경문 감독의 강한 의지 속에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제외됐고, 시즌 개막도 마산구장이 아닌 2군 경기장이 자리한 경기도 고양시에서 맞이했다.
이종욱은 고양에 따로 방을 얻어 합숙생활을 할 정도로 묵묵히 야구에만 전념했다. 한때 누구보다 한껏 누렸던 스포트라이트도 후배들에게 넘겨줬다.
이처럼 뒤에서 조용히 팀을 위해 헌신했던 이종욱 앞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 중견수 이종욱은 3-2로 앞선 7회 말 2사 3루에서 김용의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외야수는 머리 위로 넘어가는 타구를 가장 잡기 어려워한다. 타구에 힘이 붙어 계속 뻗어 가서다.
이종욱은 김용의가 친공이 하늘에 뜨자마자 전속력으로 공을 쫓기 시작했다.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 잡는 게 어렵다는 판단을 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실점을 막아낸 이종욱은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NC 선수단은 모두 앞으로 나와 이종욱을 기다렸다.
NC 투수 에릭 해커 역시 이종욱이 일어날 때까지 마운드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시 후 이종욱이 몸을 털고 일어난 다음에야 더그아웃으로 천천히 걸어가 맨 앞에서 기다렸다.
이종욱은 동료들이 기다리는 더그아웃으로 뛰어들어갔다. 마치 그의 발밑에는 레드카펫이 깔린 것만 같았고, 더그아웃의 NC 선수단은 그를 개선장군처럼 맞이했다.
정작 이종욱은 경기 후 수비 장면에 대해 "오늘 해커가 너무 고생했다. 야수들이 해커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겨서 기쁘다"면서 "수비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대신 김 감독이 "오늘 경기는 이종욱을 비롯해 선수들의 좋은 수비로 이겼다"고 칭찬했다.
이종욱은 이날 타석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2-2로 맞선 7회 초 무사 1, 2루에서는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강공으로 전환, 우익수 앞 결승 적시타를 터트렸다. 9회 초에는 선두타자로 우익수 앞 안타를 때려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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