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맞선 마크롱…기후협정 수호 의지로 '스타' 부상
"시기적으로 운 좋아·총선 전략일 뿐" 비판도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39)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기후협정 수호자로 나서면서 국제정치 무대의 스타로 부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의 이런 면모는 프랑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에도 최근 미국과 러시아라는 양대 강대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위축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 것과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마크롱의 리더격 면모는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하자마자 전화통화를 하고 "파리협정에 관해 그 어느 것도 재협상 될 수 없다"며 프랑스가 나서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면서 부각됐다.
그는 트럼프의 지난해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튼 "우리 행성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자"는 표현의 연설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리더 역을 자처했다.
이런 행보에 마크롱은 프랑스 내에서는 물론 해외와 온라인상에서까지 '유명인사'로 부상했다.
앞서 마크롱은 지난달 25일 브뤼셀에서 자신보다 30살이나 많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그의 손마디를 하얗게 만든 강력한 악수를 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또 같은달 29일 파리 외곽 베르사유 궁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선 직설적이면서도 도전적인 태도로 '스트롱맨' 푸틴의 기를 꺾었다.
마크롱은 푸틴 대통령의 면전에서 러시아의 국영언론 러시아투데이와 스푸트니크가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선전 기관처럼 행동했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마크롱의 인지도가 세계 무대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트럼프나 푸틴 같은 '스트롱맨'과의 대립 구도에서 마크롱의 '파워'는 견줄 수준이 못된다는 것이다.
또 마크롱의 급작스러운 부상은 미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태도로 전 세계의 분노를 산 트럼프 대통령의 몰락과 시기적으로 적절히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프랑스 몽테뉴 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도미니크 모이시는 WP에 "마크롱이 믿기 힘들 정도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몇 번씩 든다"며 "프랑스 안에선 마크롱의 적들이 하나씩 무너져가고 있고, 프랑스 밖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멋져 보이게 해주고 있다"며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마크롱이 이번 달 총선을 염두에 두고 일종의 정치 전략으로 세계 리더로서의 면모를 부각한다는 해석도 있다.
프랑스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패트릭 웨일은 "마크롱은 어려운 결정들을 총선이 열리는 18일 이후로 미뤄두고 있다. 그는 의회 과반을 확보하고 싶기 때문이다"라며 "모두 유권자를 유혹하는 것이고, 시기적으로도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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