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불안한 공조'…통상이견에 기후협정 공동성명채택 무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선언에 대응해 공동성명을 낼 예정이었지만 양측간 통상 관련 이견으로 불발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해외 언론들이 전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유럽을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의 회담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클린에너지로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긴급한 책무라는 취지의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미국 없는 기후변화협정'의 향후 운명에 대한 의문이 커진 상황에서 탄소배출 제1위 중국과 3위 EU의 공동성명은 기후변화협정 나머지 당사국들에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DPA 통신은 EU와 중국의 회담에 앞서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EU 측 인사들이 공동성명 문구에 대해 양측이 합의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2일 회담에서 양측간 통상 관련 이견으로 공동성명 채택은 무산됐다.
EU는 중국과의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제기해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리 총리와 투스크 의장 간 회담에 앞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지난해 중국의 대(對) EU 투자는 77% 증가했지만, EU의 중국 투자는 25%가량 급감했다"면서 중국의 투자·무역 장벽 문제를 거론했다.
EU는 또 중국의 태양전지판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해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산 철강제품 덤핑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비시장경제'(NME) 국가로 분류돼왔지만, 가입의정서 규정에 따라 15년이 지난 지금은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Market Economy Status)를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EU 측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공정무역이 무역 균형 문제보다 더 큰 문제이며, WTO 규정에 따른 행동을 강조했다.
특히 리 총리는 기후변화 공동성명에 대한 보답으로 EU측이 뭔가를 주지 않으면 입장을 바꿀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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