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치로 넘고 윌리엄스까지…KBO리그 '출루 장인' 김태균
85경기 기록 이어가는 동안 내야안타는 5개뿐
MLB 전설 테드 윌리엄스의 기록마저 넘어서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태균(35·한화 이글스)이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야구 선수 이름은 테드 윌리엄스(1918∼2002)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타자인 윌리엄스는 미국 야구가 추앙하는 전설적인 타자다.
앞서 김태균은 '일본 야구의 아이콘'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 말린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KBO리그에 강렬한 인상을 심은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의 이름도 자주 들었다.
사실 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김태균은 "제발 윌리엄스, 이치로와 같은 스타들과 비교하지 말아달라. 내가 생각해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제 뜻과는 다르게 일부 팬들의 비아냥도 받았다.
하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리그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숫자'로는 김태균이 전설적인 야구 천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김태균은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홈경기에서 1회말 우전 안타를 쳐 85경기 연속출루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7일 대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시작한 연속 경기 출루 행진을 85경기로 늘린 김태균은 윌리엄스가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이던 1949년 7월 1일부터 9월 27일까지 이어간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최다 출루 기록(84경기)을 넘어섰다.
공인받은 기록은 아니지만, 김태균이 자부심을 느껴도 될만한 기록이다.
85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오며 내야안타가 5개뿐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이 기간 이대형(kt wiz)은 내야안타 38개를 쳤다.
김태균은 '발'의 도움 없이도 확실한 안타와 인내심으로 만든 사사구로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김태균은 4월 22일 수원 kt wiz전에서 6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해 호세(63경기)가 보유했던 KBO리그 기록을 경신했다.
5월 15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70경기 연속 출루로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가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뛰던 1994년 5월 21일∼8월 26일 달성한 일본프로야구 최다 연속 경기 출루 기록(69경기)도 넘어섰다.
연속경기출루 행진을 벌이며 더 주목받긴 했지만, 사실 김태균은 이미 KBO리그가 인정하는 '출루 장인'이었다.
김태균은 1일까지 통산 출루율 0.431로 '타격 달인' 고(故) 장효조 전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0.427)을 제치고 KBO리그 개인 통산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2년 차이던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 시즌 출루율 4할 이상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뛴 2010, 2011시즌을 제외하고 13시즌 연속 출루율 4할 이상을 올렸다.
2016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300출루(310번) 기록도 세웠다.
많은 한화 팬이 김태균에게 '홈런왕 장종훈(현 롯데 코치)'의 호쾌한 스윙을 기대했다. 김태균이 2008년 31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그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김태균의 홈런이 줄면서 '홈런이 적은 4번타자'라는 비판도 커졌다.
그러나 김태균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KBO리그에서 김태균보다 출루에 능한 타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다.
윌리엄스 기록을 넘어서면서 김태균은 부담 하나도 덜었다. 이제 김태균 앞에 남은 기록은 대만프로야구에서 린즈성이 세운 109경기다. 린즈성도 대단한 타자지만, 윌리엄스나 이치로보다는 무게감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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