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아 짜증 부리는 돌고래 울산 갈까

입력 2017-06-03 07:33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아 짜증 부리는 돌고래 울산 갈까

고래생태체험관 운영 울산남구, 대공원 측 요청에 '손사래'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수용 여력이나 의사는 있지만, 받았다가는 욕먹을 게 뻔한 상황입니다. 비난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받을 수는 없어요."



돌고래 수족관이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시 남구가 딜레마에 빠졌다.

서울대공원에 홀로 남은 돌고래 '태지'를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인수하는 문제를 놓고서다.

관리가 필요한 태지를 생각하면 받는 게 순리지만, 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여론이 거세 덥석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공원은 제주 앞바다에서 19∼20년 전 어업용 그물에 걸려 반입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를 방류하기로 했다. 이들 돌고래는 지난달 22일부터 제주 바다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3마리 가운데 2마리가 빠지면서 큰돌고래인 태지 혼자 남게 된 것.

높은 지능을 지니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등의 특징 때문에 '비인간 인격체'로 불리는 돌고래가 수족관에 홀로 남겨지는 것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태지는 두 친구가 떠난 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지가 이번 방류에서 제외된 것은 금등·대포와는 다른 큰돌고래이고, 포획된 곳도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太地)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포획 지점이 아닌 국내 바다에 방류하면 부적응이나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다이지까지 육로와 선박·항공편으로 30시간 안팎을 이동해 풀어주는 것도 현실적 제약이 따르고 태지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대공원은 울산의 고래생태체험관이 태지의 새 보금자리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공원을 제외한 국내 돌고래 사육시설 7곳 가운데 유일하게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이어서 체계적 관리를 기대할 수 있고, 민간시설에 보내는 것보다 명분도 있다. 무엇보다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돌고래 4마리는 모두 일본 다이지에서 반입한 큰돌고래여서 적응 과정에서의 위화감도 덜 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금등·대포 방류를 추진하면서부터 울산 남구에 태지 반입 의사를 타진했다.

남구도 태지를 받아들일 여력은 있다. 수족관 공간이 넉넉하고, 해양동물 전문구조치료센터로 지정될 정도로 관리 노하우가 충분하다. 인접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남구는 태지를 받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일본에서 들여온 돌고래 2마리 중 1마리가 나흘 만에 폐사하면서 고래생태체험관은 환경·동물보호단체의 '타깃'이 된 상황이다.

실제로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일부 단체는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고래생태체험관에 태지를 맡길 수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태지를 반입했다가 건강에 문제라도 생기면 고래생태체험관은 다시 한 번 거센 비판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남구 관계자는 3일 "서울대공원의 요청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태지 문제로 비판을 받는 일은 피하고 싶다"며 "고래생태체험관 반입이 필요하고 남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급해진 서울대공원은 울산환경운동연합에 "태지의 고래생태체험관 반입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울산환경운동연합 측도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태지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단체, 서울대공원을 비롯한 기관, 학계 전문가들이 모이는 회의가 다음 주 중 열릴 예정이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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