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연기 36년, 푼수 역할 처음…너무 하고 싶었다"
SBS '언니는 살아있다'서 철부지 민들레 역으로 화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지만 푼수 역할이나 코믹한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너무 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안 오더라고요. 드디어 하게 된 코믹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요즘 행복합니다. 요즘 거리에서 사람들이 저를 되게 친근감 있게 대하세요. 역할 덕분이죠. '원래 그렇게 웃겼냐', '진작에 코믹한 연기를 하지 그랬냐'면서 재미있다고 해주시니까 신이 납니다."
장서희(45)는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SBS TV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공주병'을 심하게 앓다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는 '민들레'를 연기하는 장서희를 최근 인터뷰했다.
아홉살이던 지난 1981년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 입상하며 아역 배우로 출발한 그가 연기 인생 36년간 이런 역할을 맡은 것은 처음. 왜 이제야 '푼수'가 됐을까 의아할 정도로 장서희는 '민들레'를 제대로 요리해내고 있다.
◇ 귀여운 아역→착한 친구→복수의 화신…그리고 '푼수'
장서희는 어린 시절에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예쁜 아역 배우였고, 20대 때는 착하고 유순한 이미지였다. 주로 여주인공의 친구 역할이었다. 그러다 서른이 되던 2002년 만난 MBC TV '인어 아가씨'는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인어 아가씨'의 '은아리영'은 장서희가 '만년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서게 한 작품이자, 그가 기존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고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게 했다. 이후 장서희는 중국도 뒤흔든 '아내의 유혹'(2008)의 '구은재'로 다시 한번 '복수의 화신'을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최근까지도 독하고 강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왔다.
그랬던 그가 지난 4월15일 시작한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다시 한번 대변신을 감행했다. 나이 먹도록 자기 손으로 뭐하나 해본 적이 없는 공주병 환자에 이기적인 푼수 '민들레'로 변신한 장서희는 '은아리영'과 '구은재'를 단번에 잊게 만들었다.
"(독한 역할 때보다) 훨씬 편하죠. 푼수 짓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제가 평소에 못해보던 '짓'들을 하니까 정말 재미있어요.(웃음) 너무 웃겨서 NG가 수시로 나는데, NG 때문에 다시 찍을 때도 또 웃음이 터져요. 요즘에는 '구회장' 역의 손창민 선배님과 자주 붙는데 손창민 선배님 표정만 봐도 너무 웃겨서 죽겠어요. 웃을 일이 많으니까 행복해요."
'민들레'는 이렇게 웃기지만 '언니는 살아있다'는 사실 어둡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많이 안고 있고, 그 역할을 오윤아, 다솜, 손여은 등이 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다솜이, 윤아, 여은이가 안쓰러워요. 제가 그런 역할을 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 알거든요. 그럼에도 동생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고 예뻐요."
◇ "김순옥 작가님께 너무 고맙죠"
'언니는 살아있다'는 장서희와 '아내의 유혹'을 성공시킨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다. 두 사람은 두번의 만남 모두 '성공'으로 만들었다.
"예전부터 푼수 역이 하고 싶다고 늘 얘기해왔지만 기회가 안 왔어요. 강한 역할만 들어왔죠. 그런데 이번에 김순옥 작가님이 민들레 역을 한번 해보자고 하시는 거에요. 사람 마음이 웃긴 게, 막상 또 그런 역할을 하자고 하니 걱정이 드는 거에요. 잘못하면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김 작가님이 '나를 믿고 해'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 듣길 너무 잘한 거죠."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이후 김 작가님과는 꾸준히 교류해왔지만 또다시 작품을 같이 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지인으로 9년간 잘 지내왔는데, 혹시 두번째 작품에서 뭔가 잘 안돼 사이가 틀어지지나 않을까 일말의 걱정이 들었어요. 친구끼리는 동업하지 말라는 말처럼, 그런 비슷한 걱정이 든 거죠.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너무 다행입니다."
두 사람은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아내의 유혹'의 '구은재'를 대놓고 패러디하기도 한다. 이런 점이 '언니는 살아있다'에 쏠리는 '막장' 비난을 어느 정도 희석시킨다.
"김 작가님이 스스로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구회장(손창민 분)이 '민들레'에게 끌리는 게 자신의 죽은 아내랑 똑같이 생겨서잖아요? 제가 민들레랑 구회장의 죽은 아내, 1인2역을 펼치는데 곧 '아내의 유혹' 때처럼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나와서 다른 사람 행세를 하게 됩니다. 그 전에 작가님이 이미 첫회에서 민들레의 대사로 드라마 작가에게 '당신 대본은 뭐가 대단한지 아냐. 점 하나 찍었는데 몰라보는 게 말이 되냐. 가서 연필이나 더 깎고 와라"는 셀프 디스를 하기도 하셨고요.(웃음) 작가님이 '막장' 논란을 패러디로 정면 돌파 하시는 것 같아요."
◇ 배우 역할도 처음…"저는 공주 아니었어요"
'민들레'는 배우다. 장서희가 배우 역할을 연기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민들레는 장서희처럼 엄마가 매니저를 맡아 어린시절부터 연기를 한 아역배우 출신이다. 하지만 실제의 장서희와 민들레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저도 아역 때부터 엄마하고 다녔지만 엄마 속을 썩이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제가 다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었죠. 엄마랑 저랑 촬영장 다니면서 재미있게 일을 했어요. 배우 역할이 처음인데, 이게 참 묘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배우의 상징성이라는 것도 있고, 아무래도 제 실제 직업을 연기하다 보니 더 신경이 쓰여요."
게다가 '민들레'는 장서희와 달리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다.
"'발연기'도 발연기지만, 민들레는 무조건 예쁜 척하는 배우인 거죠.(웃음) 누구를 딱히 흉내내고 그런 것보다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게 늘 예쁜 척하려는 배우를 연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그 덕에 의상은 원없이 공주풍으로 입고 있네요. '들레 스타일'이죠.(웃음)"
'아내의 유혹'이 중국에서 터지면서 한류스타로서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장서희도 '사드 여파'로 지난 1년 중국에 가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요새 중국 쪽에서 다시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행사 등 스케줄 문의를 해와요. 분위기가 서서히 풀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동안 중국 활동은 정말 운이 좋았죠. 한류스타로 사랑받아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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