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자유한국당,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라
(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일 보수의 가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대한민국의 100년을 이끌어갈 미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참패로 끝난 '5.9 대선'을 반성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국회의원·당원위원장 철야 연석회의를 가진 뒤 내놓은 결의문을 통해서다. 한국당은 결의문에서 "국민은 보수의 가치와 원칙을 확실하게 지키되, 정체되고 낡은 보수가 아닌 역동적이고 새로운 보수로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포스트 대선'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통한 미래정당 ▲철저한 쇄신과 혁신을 통한 강한 야당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생활정당 ▲국민의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분임토의에서도 백가쟁명식 반성문이 쏟아졌다. 한 의원은 "촛불폭풍이 휘몰아치고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경고했는데 그걸 우산으로 막으려다 우산마저 뒤집혔다"고 꼬집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얘기다. '막장 드라마'에 가까웠던 4.13 총선 공천 파동과 고질적인 계파싸움을 대선 패배 원인으로 꼽은 참석자도 있었다. 또 홍준표 전 대선후보의 한계론과 자질론도 거론됐다. '당당한 서민 대통령'을 내걸었지만,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막말 논란과 여성 비하 발언으로 표를 까먹었다고 쓴소리를 한 참석자들도 적지 않았다.
뒤늦은 참회록이지만 모두 맞는 얘기다. 대선참패 원인을 설명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나 그 전신인 새누리당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이라 자임했지만 진정한 보수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보수정당은 전통적인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정강이나 정책을 추구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정당이다. 1678년 탄생한 토리당의 맥을 이어 1912년 창당한 영국 보수당이 대표적이다. 보수당은 자유와 정의, 안보, 헌법 등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한다. 보수당은 20세기 초반까지 자유당과, 1920년대 이후엔 노동당과 양당제를 형성했다. 1979년부터 1997년까지 마거릿 대처를 앞세워 18년간 집권하다 이후 13년간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다. 하지만 2010년 총선에서 제1당으로 복귀해 자유민주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이끌고 있다. 영국 보수당은 기득권 유지에 매몰된 수구정당과는 차원이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한국당은 어떤가. 홍준표 전 대선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좌파정당', 국민의당을 '얼치기 좌파' 정당으로 규정하고 좌우대결로 몰아가려 했지만 진정한 보수정당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보수가 중시하는 헌법적 가치를 유린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막말 논란 등으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한국당이 연석회의에서 선언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100년을 이끌어나갈 미래지향적 보수정당이 되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켜온 참신한 인물들을 수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의 인적구성을 그대로 둔 채 거듭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당은 후보경쟁뿐만 아니라 소속의원 경쟁에서도 졌다. 7·3 전당대회에서 당의 얼굴로 새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또 연석회의서 거론된 것처럼 외부인사를 사무총장으로 영입해 과감한 사무처 개혁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최근의 '여야정 상설 협의체' 불참 선언처럼 쉽게 약속을 깨는 듯한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보수에게 '약속'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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