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후유증 장기화…유통기한 식품 업체 피해↑

입력 2017-06-04 11:00
'사드 보복' 후유증 장기화…유통기한 식품 업체 피해↑

통관 기관 지연·계약 파기…재고 식품 폐기 '울며 겨자 먹기'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의 한 발효식품 제조 업체는 중국 지린성 창춘(長春)의 한 백화점에 올해 3월 된장과 고추장 100개 박스를 수출하기로 했다.

물건은 준비됐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 조치로 중국 측 수입 업체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했다.

인천의 이 업체는 약 두 달간 주문이 재개되길 기다리다가 결국 유통기한 문제로 물량 일부를 폐기하고, 일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푸드뱅크에 기부해야 했다.

업체 관계자는 "당시 피해 액수는 900만∼1천만원이었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주문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미리 생산한 제품을 소진하지 못해 피해가 서너 배 넘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답답해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 이후 식품 제조 업체들이 제때 처분하지 못한 재고 물량을 모두 폐기하는 등 사드 보복 피해는 장기화하고 있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對)중국 무역 애로 신고센터'에는 올해 3월 6일∼4월 28일 95개 업체로부터 114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대부분이 식품과 화장품 등 소비재를 취급하는 중소·중견 기업의 신고다.

피해는 통관·검역 관련 고충(33건)이 가장 많았다. 중국 측의 일방적 계약 보류·파기(31건), 불매(25건), 대금 결제 지연(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식품 위생 관련 법에 따라 자체 규격 기준에 맞아야 식품을 수입하는데 이때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통관 기간이 길어져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3월 불합격 수입 화장품·식품 명단'을 공개한 결과,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총 466개 품목 중 83개가 한국산이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예를 들면 김은 대장균 검사를 하지 않았었는데 금한령 이후 까다롭게 대장균 검사를 했다"며 "통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져 폐기되는 물량도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의 경우 통관 기간이 길어지거나 계약이 보류·파기되면 처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국내·국외용 제품이 조금씩 달라 판로가 마땅치 않은 데다 수출 주문을 받고 미리 생산한 식품이 모두 재고가 돼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버려야 한다.

인천 식품 제조 업체 1천여 곳이 가입한 인천식품제조연합회 측은 이번 사드 보복으로 인천 내 중소 식품 업체 6∼7곳이 재고 물량을 처분하지 못해 수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인천식품제조연합회 관계자는 "중국 수출을 위해 따로 용기 금형을 제작하거나 생산 설비를 늘리는 등의 투자를 한 기업이 많다"며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물량을 모두 폐기하거나 재고로 떠안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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