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장관도 없는데 말은 많고, 교육현장 혼란 심각하다
(서울=연합뉴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일 서울 도봉고를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고등학교 학점제 활성화 방안에 관한 현장 여론을 수렴했다. 고교 학점제는 학교가 정해준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개설한 강좌 가운데 학생들이 선택해 듣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공약 중 하나이다. 국정기획위가 도봉고를 방문한 것은, 고교 학점제와 유사한 '과목 전면선택제'를 2010년부터 운영해온 '모델학교'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고교 교육현장은 1,2,3 학년으로 나뉘는 학년제와, 학교가 정해준 강의를 무조건 들어야 하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볼 때 학점제 도입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업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과 전략' 시안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 도입 방침을 밝혔다. 고교부터 운영해 보고 단계적으로 중학교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교육부 방침인데, 고교 과정을 학점제로 운영하는 미국, 핀란드 등의 선진국형 교육 시스템을 지향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제도의 단점에 대한 지적도 적잖게 제기됐다. 도봉고처럼 학급당 18~19명인 학교에서는 이 제도를 시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교실과 교사 부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강 학생이 적으면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내신 등급이 불리하게 나올 우려가 있어 학생들이 기피할 수 있는 만큼 내신 절대평가 전환 등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필수과목을 위주로 학점제를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고교 학점제가) 내신 절대평가와 결합하지 않으면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위의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위원은 "도봉고는 아주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며 "학교 교육의 대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교 학점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내신평가 시스템 등 대학입시 제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간담회에서도 확인됐다. 새 정부는 고교 학점제 같은 교육 공약의 '각론' 보다 새 정부가 추진할 교육정책 방향과 로드맵 등 '총론'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현재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될 수능개편안과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 방안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많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또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단계적 폐지) 문제도 현 중3생부터 적용된다는 것인데 장관 임명이 지연되면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낙연 총리도 직무를 시작한 만큼 서둘러 교육부 장관부터 임명해, 수능개편안 등 대학입시 개선방안부터 조속히 제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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