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재벌 총수 만날 수 있다…조급하게 정책 추진 안해"(종합2보)
"재벌 개혁, 시장 충격 없도록 조급하게 하지 않겠다"
"기업분할 명령제 필요…사인의 금지청구권 피해 구제 효과적"
"공정위 심사보고서 공개 검토…재취업 규정 재점검할 것"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재벌 문제 해결을 위해 재벌 총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기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사인의 금지청구권으로 전속고발권 제도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조급하게 충격적인 조치들로 재벌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지속 가능하고 여러 제도들간의 보완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내부거래 등이 양극화를 심화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이룬다는 의지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라며 금융위기 이후 달라진 환경에 맞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재벌 문제 해결을 위해 총수를 만나 합의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고 공정거래위원장이 만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 총수들과 대화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하며 일대 혁신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기업분할 명령제·계열분리 명령제와 관련 "도입 필요성은 공감한다"라며 "다만 발동될 수 있는 상황이나 충격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방법은 국회에서 논의해서 합리적 결론을 내리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분할 명령제는 시장경쟁을 훼손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과도한 기업에 대해 규모를 줄이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서는 "제재 기준인 자산 5조원 이하 중견기업도 사익편취 문제가 있다"라며 "제도 집행을 엄정히 해보고 국회와 상의해 법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가 가능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형사·민사·행정 규율을 종합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어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피해자에 회복 불가의 피해 우려가 있을 때 가처분 형태로 이를 막는 것으로, 피해자 구제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본다"라며 사인의 금지청구권이 전속고발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이란 피해 기업이 가해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대리점·하도급업체 등 소위 '을(乙)'의 단체교섭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현행 법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단순한 단체구성권 차원을 넘어서 교섭의 실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 쇼핑몰이 임대사업자로 적용돼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대기업 '갑질'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담합 예외를 인정한 공정거래법 상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크린골프 가맹 사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서는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이라며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특정 대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와 충실히 협의해서 결론에 이르는 바에 따라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 문제가 된 점을 고치면 과징금 제재를 면제해주는 자진시정면책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이 제도가 없으면 피해 기업을 신속히 구제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 후보자는 초과이익공유제, 3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가맹본부-대리점 단체교섭 개시명령권 등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전직 공정위 공무원들의 전관예우 문제, 밀실 합의 논란 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심사보고서와 전원위원들의 합의 과정은 어느 범위까지 공개하는 것이 균형에 맞는 수준인가 충분히 고민해보겠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사무처의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담긴 기소장과 유사하다.
9명의 공정위 위원들이 심사보고서에 대해 심의하는 전원회의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심사보고서와 전원회의 이후 위원들의 합의 과정 논의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어 '밀실 합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직 공정위 공무원의 전관예우 문제에 대해서는 "로펌·기업에 있는 공정위 퇴직자들은 후배·조직을 사랑하신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연락을 후배들에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등록된 사람만 접촉할 수 있고 사후보고하도록 하는 미국의 로비스트법 등을 공정위 업무 수행에 맞도록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공정위 내부 규정만으로 내부 기강을 잡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철저히 재점검해서 신뢰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매각해야 할 주식 수를 낮춰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일관된 판단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데에 결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무자는 유능하고 일을 잘하는데 상급자의 판단이 흔들린 것으로 본다"라고 꼬집었다.
공정거래위원장 임기를 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선진국에서는 대통령 임기보다 더 길다"라며 "경제개혁연대 소장할 때도 비슷한 의견을 낸 적 있으며 국회·타 부처와 협의해 합리적 결과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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