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해제 전엔 안 자른다"…터키 野의원 '수염 시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열 달 넘게 이어지는 터키 국가비상사태 해제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이색 시위가 화제다.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소속 아이투으 아트즈 의원은 비슷비슷한 차림새의 의원들 사이에서 남다른 외모로 눈길을 잡아끈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늘어진 긴수염이 인상적이다.
아트즈 의원이 의정활동 초기부터 계속 수염을 길렀던 것은 아니다.
작년 쿠데타 진압 후 열달 넘게 이어지는 국가비상사태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 행위다.
터키정부는 작년 7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최근까지 3회 연장했다.
시위 시작 전 아트즈 의원은 콧수염을 짧게 관리했으나, 지금은 15㎝나 되는 백색과 갈색이 뒤섞인 수염을 기르고 있다.
아트즈 의원은 "시민들이 수염 시위를 지지한다"면서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될 때까지 수염을 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 터키 언론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어떤 이들은 나를 보고 '크리스마스 할아버지(산타클로스를 가리키는 터키 표현) 같다'고 하지만, 나는 크리스마스 할아버지가 아니라 '국가비상사태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법률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칙령을 근거로 영장 없이 가능한 인신구속 기간이 길어졌고, 대량 해고와 언론·교육·의료기관 폐쇄가 단행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여당 '정의개발당'(AKP) 특별전당대회에서 "어떻게 감히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라 요구할 수 있느냐"면서 "평화가 완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