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천수이볜 사면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부상

입력 2017-06-01 18:30
대만, 천수이볜 사면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부상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가석방 중인 천수이볜(陳水扁·66) 전 대만 총통의 추가 비리 혐의에 대한 심리가 재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사면 문제가 대만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연합보(聯合報)와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언론은 1일 대만 고등법원이 천 전 총통에게 다음 달 7일 법정에 출석해 조사와 재판을 받을 것을 통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은 대만의 첫 민진당 출신 총통으로 2000∼2008년 대만의 10·11대 총통을 지냈다. 임기가 끝난 이듬해인 2009년 재임 기간 뇌물수수, 총통 기밀비(판공비) 횡령,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유기징역 최고형인 20년 형을 선고받고 타이중(台中)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15년 1월 파킨슨병 등 병세 악화에 따라 치료를 위한 가석방을 허용받았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가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을 폈던 그는 3년 전 교도소 병원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석방 논의 과정에서 뇌물 1천만 대만달러(3억5천만 원)를 친척의 계좌에 맡겨 세탁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국가기밀 유출, 위증교사, 국무기금 남용 등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대만 법원은 가석방자의 조사 중단된 혐의에 대해서는 6개월마다 최소 1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천 전 총통의 혐의가 소실되지 않았다며 천 전 총통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이번 소환 통보는 천 전 총통 사건을 맡아온 쩡더수이(曾德水) 고법 판사가 "천 전 총통의 건강이 법정에 설 수 있을 만큼 좋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다. 교도소 측은 천 전 총통이 다니는 병원에 증세를 확인했고 법무부 측도 계속적인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천 전 총통 측은 출석 요구서를 받은 적 없다며 소환 관련 내용을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천 전 총통 변호인은 "정신과 주치의 2명이 천 전 총통의 뇌 질환이 악화하고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병세와 가석방 신분인데도 천 전 총통은 거리낌 없이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 천 전 총통은 지난달 19일 민진당 계열의 한 재단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행사 참가 전 교도소 측으로부터 규정에 따라 행사장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은 물론 무대에 오르거나 연설, 언론 인터뷰를 해선 안되고 정치 문제를 언급해서도 안 된다고 통보받았다.

하지만 그는 행사장에 들어가 뤼슈롄(呂秀蓮) 전 부총통과 커젠밍(柯建銘)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 등과 만났다. 천 전 총통은 한술 더 떠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이 참석하는 행사에도 참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민진당 일각에서는 천 전 총통의 혐의가 국민당 정권의 정치보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천 전 총통을 사면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차이 총통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천 전 총통 집권 시절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 주임위원과 행정원 부원장을 지낸 바 있다. 천 전 총통과 차이 총통은 대만대 법학과 선후배지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이 총통이 대체로 법조계 의견을 존중해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중옌(黃重諺) 총통부 대변인은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원칙은 차이 총통이 후보 시절에도 언급한 바 있다.

의사 출신의 커원저(柯文哲·무소속) 타이베이 시장은 "중국도 마오쩌둥(毛澤東)의 과오 문제를 봉합했는데 대만 역시 천 전 총통 문제에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면으로) 과거 사건을 종결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lovestaiw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