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주식처분 논쟁…특검 "靑 개입" vs. 삼성 "특혜 없어"(종합)
최상목 전 비서관, 이재용 재판 증언…"안종범, '500만주' 의견 제시"
이재용측 "부정 청탁·뇌물 합의·부당한 영향력 없었다…억측·추측"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삼성그룹의 처분 주식 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삼성 측에 유리한 입장에 섰던 정황이 공개됐다.
애초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후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청와대와 삼성 측 요구에 따라 최종 500만주로 바뀌었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500만주 처분으로 결정하라고 공정위에 지시한 것으로 본다. 이와 연관된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전 기재부 1차관)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공정위가 처분 주식 수를 결정할 당시 청와대와 공정위 간의 협의 내용을 증언했다.
최 전 비서관은 2015년 말 공정위 내에서 처분 주식 규모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부하 행정관을 시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보고서를 안 전 수석에게 보고하며 "두 가지 안이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둘 다 장단이 있는데, 주식처분 규모가 커지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처분 규모가 작으면 삼성 특혜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두 가지 안은 애초 공정위가 유권해석을 내린 1천만주에서 계산 오류를 수정한 900만주 처분과 삼성 측 입장이 반영된 500만주 처분이었다.
보고를 들은 안 전 수석은 "두 안 모두 가능하다면 500만주가 좋겠다"고 답했다는 게 최 전 비서관 증언이다.
최 전 비서관은 안 전 수석에게 보고를 마친 뒤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전화해 처분 주식 규모를 어떻게 할 건지 문의했고, 이에 김 부위원장도 "500만주 처분이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내부 실무진들의 반발로 공정위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이 '500만주로 결정하게 하라'고 지시했고, 최 전 비서관이 이런 뜻을 김 부위원장에게 전하면서 결국 삼성이 처분할 주식 수는 500만주로 결정됐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그러나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어떠한 특혜를 받은 바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며 두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 부회장 측은 변호인 신문과 종합의견 진술을 통해 "증인은 삼성합병 성사를 위해 지시를 받은 적도, 삼성에서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며 "500만주 판단은 공정위의 독자적 판단이며 이 과정에 안종범이나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특검 주장을 반박했다.
또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이 부회장이 관여 또는 청탁했다거나 뇌물수수에 합의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부정한 청탁이나 뇌물수수 합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없었다. 이번 사건에 논리 비약과 추측, 억측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재판부가 잘 살펴봐 달라"라고 지적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