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일본군 성노예제
홍순민의 한양읽기, 도성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놀이하는 인간의 철학 = 정낙림 지음.
네덜란드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로 봤다. 그는 놀이의 관점에서 서양 문명을 분석한 뒤 놀이가 예술, 종교, 철학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니체 연구로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낙림 경북대 교수는 하위징아처럼 놀이의 재해석을 시도한다.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놀이를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와 탐구한다.
그간 인류는 노동 중심, 이성 중심의 사고방식에 치우쳐 놀이를 낮게 평가해왔다. 이러한 생각의 뿌리에는 플라톤이 있다. 플라톤은 놀이를 실재에 대한 모방으로 취급해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놀이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칸트의 미학을 계승한 실러는 놀이를 할 때 인간이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놀이의 가치를 끌어올린 철학자로 니체를 꼽는다. 니체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도구로 놀이를 주목했고, 놀이에서 가치가 창조된다고 여겼다. '모든 것이 예술일 수 있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주창하는 현대의 플럭서스 운동도 니체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저자는 "놀이에서 중요한 것은 주체가 아니라 과정"이라며 "놀이에 담긴 생성과 우연, 순간의 속성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의 뿌리가 된다"고 말한다.
책세상. 432쪽. 2만2천원.
▲ 일본군 성노예제 = 정진성 지음.
여성과 일본을 주제로 연구 활동을 펼쳐온 사회학자인 정진성 서울대 교수가 일본군 성노예제의 역사적 실상을 정리했다. 2004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저자는 일본군 위안부의 용어 문제부터 위안소 설립 과정, 위안소의 형성 배경과 식민지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과 국내외 시민단체가 벌인 사회운동을 소개한다.
개정판에는 2004년 이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다뤄진 양상과 일본의 대응에 관한 내용이 보강됐다.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서 "비틀어진 과거 위에 현재와 미래가 바로 설 수는 없다"며 "화해는 진실 앞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의 발굴이 쉼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520쪽. 3만원.
▲ 홍순민의 한양읽기, 도성 = 홍순민 지음.
명지대 교수인 저자가 조선시대 한양의 경계가 됐던 도성(都城)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태조의 도성 축조, 후대 왕들이 행한 보수와 관리 방법, 도성 곳곳에 남아 있는 글씨인 각자(刻字)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컬러 사진과 그림이 풍부하게 실린 점이 특징이다.
눌와. 408쪽. 2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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