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말라버린 강원 계곡물·지하수…주민 '물동냥' 속출

입력 2017-06-01 16:59
가뭄에 말라버린 강원 계곡물·지하수…주민 '물동냥' 속출

육군 2군단, 말라버린 논에 급수지원…도, 밭작물대책사업비 지원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50년 가까운 세월 농사를 하면서 우리 논에 물이 마른 건 처음이네요."

1일 물탱크를 실은 군 트럭이 춘천 사북면 원평리 논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오인석(65)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 씨는 한해 농사를 시작해야 할 시기지만, 한 달가량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에 모내기를 못 했다.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타들어 가는 논을 바라보던 그는 급수지원을 요청, 육군 2군단이 이날 급수지원에 나섰다.

이날 급수차 2대가 동원돼 약 30t 안팎의 '희망의 단비'를 뿌렸다.

오씨는 당장 한시름 놓았지만, 당분간 비 소식이 없다는 예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만 지나도 메마른 황무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춘천시 서면 덕두원1리에 사는 경춘현(52)씨는 때아닌 '물 동냥' 신세가 됐다.

봄철마다 마당 앞에 설치한 수도에서 적게나마 물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아예 지하수가 말라버린 탓이다.

자신의 농사용 트럭에 물탱크를 설치해 지하수가 나오는 이웃집에 찾아가 물을 담아 생활하는 것이다.



씻는 것은 물론, 빨래도 일주일에 모아서 세탁하는 등 피난민 처지나 다름없다. 경씨는 "물이 부족할 때 이웃집에서 물을 많이 담아올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트럭에 물통을 설치했다"며 "최근 가뭄이 극심해 지하수 물이 아예 나오지 않아 이틀에 한 번꼴로 이웃집에 찾아가 물을 받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물 부족에 시달리는 서면 당림리와 안보리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마을 300여 가구는 지난달부터 마을 자체적으로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마을 계곡 물과 지하수가 모두 말라버려 짜낸 궁여지책이다.

주민은 하루 2차례 이뤄지는 물 공급으로 하루를 버틴다.

당림1리 계곡 상류는 수원이 말라 자갈돌만 남았다.

계곡 아래쪽 농사를 포기한 논에서는 모래가 풀풀 날리는 흙먼지가 가득하다.

강원지역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강수량이 144.6mm로 평년(274.1mm)의 52.5%에 불과하다.

저수율은 52.3%로 평년(71.2%)보다 18.9% 낮다.

고질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시·군은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처지다.

강릉은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평년 절반 수준에 불과해 제한급수까지 고려하고 있다.

속초시는 주 식수원인 쌍천 지하댐 수위가 위험 수위에 근접하자 시민에게 절수를 요청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전국 최대 규모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인 태백 배추밭에도 계속된 가뭄 탓에 바짝 말라버린 지 오래다.



이 지역 강수량은 14.4㎜로 지난해 같은 기간(51.5㎜)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강원도는 가뭄에 대비해 관계기관과 가뭄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밭작물대책사업비 4억원을 강릉, 태백, 횡성, 평창 등 4개 시·군에 각각 1억원씩 내주기로 했다.

이는 지형적 특성상 물 부족에 허덕이는 밭농사 종사자를 위한 조치다.

도는 가뭄극복이 시급한 시·군에 사업비를 교부, 관정 개발과 물탱크 설치를 통해 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강원지역에 비가 내렸지만, 일부 지역에 집중된 데다 양이 많지 않아 가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내린 비의 양은 횡성 안흥면 45mm를 비롯해 원주 백운산 36.5mm, 동해 32mm, 설악산 13mm, 양양 11mm, 대관령 9.2mm, 홍천 5.5mm 등이다.

ha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