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정원 '속살' 아는 수뇌부에 국정원 개혁 맡겨

입력 2017-06-01 16:52
수정 2017-06-01 16:54
文대통령, 국정원 '속살' 아는 수뇌부에 국정원 개혁 맡겨

서훈 국정원장 임명·1~3차장 동시교체…전원 국정원 출신

탈(脫) 정치화 포석 해석도…과거 정치개입 의혹 본격 조사 전망

서훈 원장 등, 과거 남북대화서 실무 역할…대북대화도 고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가정보원장 임명하고 1~3차장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국정원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국정원 수뇌부 인사를 통해 드러난 문 대통령의 국정원 개혁 방향은 우선 '탈(脫) 정치'로 분석된다.

원장 및 차장에 외부 인사가 아닌 국정원 출신을 발탁, 국정원이 정보기관 고유의 업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냈다는 점에서다.

특히 국정원 출신으로만 이뤄진 이런 인적 구성은 전임 정부와 차이가 있다.

직전에는 국정원 출신과 함께 군과 검찰 출신이 원·차장으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검찰 출신인 최윤수 전 2차장의 경우 이른바 '우병우 라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서훈 원장 내정 당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 행위를 철저히 근절하고 순수 정보기관으로 재탄생시킬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1~3차장 인사에 대해 "국정원과 정치권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국정원이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새 국정원 지도부는 '국정원 수사 기능 및 국내 정보수집 업무 폐지'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데 우선적으로 업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국정원의 정치 관여 근절 노력을 진행하면서 과거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서훈 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과 관련, "여러 가지 국가 차원의 물의가 있던 일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런 조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정권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에서 인적 개혁이 광폭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비밀스러운 정보기관의 성격상 내부를 잘 아는 인사들로 수뇌부를 구성해 개혁을 맡겼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남북관계 관련 국정원의 역할이다.

북한의 도발 국면이 계속되고 있어 당장은 북한과의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을 위해서는 대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단편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해결방법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제재·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서 원장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대화 실무 창구로 활약했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이른바 북한과 '근본적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서 원장 내정시 "외교라인과 호흡을 맞추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안정, 평화를 이루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임명된 김상균 신임 국정원 3차장 역시 남북대화 과정에서 서 원장을 실무적으로 도왔던 인사라는 점도 의미있게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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