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 총리 '협치' 살리는 데 조정력 발휘해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총리가 1일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국회행을 택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 확정 당일 곧바로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를 만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총리는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만나 "더 낮은 자세로 야당을 섬기겠다"면서 협치를 강조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도 "야당 입장에서 바로잡아야 할 게 있으면 언제든 상의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불참을 선언하고 국회 주도의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이 총리 임명동의안이 한국당의 반대와 퇴장 속에 처리된 점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 정부가 주재하는 일방적 국정 설명회 식의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케 한다.
한국당이 총리 인준을 계기로 강공모드로 전환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형성된 '허니문'이 20여 일 만에 끝난 것 같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물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혁입법 처리 등으로 6월 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이 총리 인준에 협조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강경화 외교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는 '송곳검증'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정부여당의 일자리 추경예산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일시적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공동전선을 펼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8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당의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돼 있다. 120석에 불과한 의석으로는 자력으로 입법을 할 수도 없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법안 통과를 위해선 180석 이상의 의석이 필요하다. 협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혁은 결국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부·여당도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몸을 낮추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야당을 더 경청하며 부족함을 채우겠다. 협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 시정연설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생긴 협치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책임총리'를 자임한 이 총리의 정치력과 조정력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전날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일상적 국정은 전부 국무총리의 책임이라는 각오로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책임총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헌법상 총리권한을 최대한 부여하겠다는 얘기다. 이 총리는 적극적인 소통 행보로 협치를 복원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필요하다면 '막걸리 회동'이라도 하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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