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해변 어디 갔지" 제주 해수욕장 모래유실 골머리

입력 2017-06-02 07:00
"금빛해변 어디 갔지" 제주 해수욕장 모래유실 골머리

해경부두 공사로 서귀포시 안덕 20만㎥ 모래유실…제주 북부엔 괭생이모자반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방파제 공사가 진행되는 제주 일부 해수욕장에서 모래유실 등으로 환경이 훼손돼 제주도가 걱정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올레 9·10코스가 난 화순금모래해변은 여름 햇살에 금빛으로 반짝이던 제 색깔을 잃고 있다.

2013년 공사가 시작된 화순항 2단계 사업 겸 해경 전용부두(500m) 방파제 축조 공사가 해변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퇴적층 지대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로 해변에서 서쪽 바로 옆 화순 황우치 해변과 소금막 해변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고 갈색의 신비한 퇴적층 대신에 공사에 쓰는 대형 바위들이 쌓여 있다.

주민들은 앞서 1단계 사업인 동방파제 200m가 축조된 뒤부터 화순금모래해변의 모래가 유실되고 있고, 2단계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석 등을 쌓아두면서 일대 바다가 흙탕물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해변 인근의 한 주민은 "방파제 공사가 본격화된 몇 년 전부터 화순금모래해변에 모래가 줄고 자연적 풍경도 인위적으로 바뀌어 예전보다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해변 서쪽 황우치 해변과 소금막 해변에서는 모래가 급속도로 유실되고 있다.

검은 모래사장이 드넓게 형성돼 용머리 해안과 기암절벽, 산방산 등과 조화를 이루던 아름다운 경관이 최근 들어서는 황폐한 모습만 남아있다.

소금막 해변에서는 현재 모래가 거의 사려져 바닥 퇴적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모래가 남은 지역에도 자갈 등이 깔려 걷기 힘들게 됐다.

공사 전 산방산 아래에 있는 이 해변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륜오토바이(ATV) 대여업체가 운영됐으나 현재는 모래가 없는 바위지대가 돼 해안 레저영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제주도의 조사결과 화순 소금막 해변에서는 1∼2년 사이 20만㎥의 모래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여름철 해수욕장의 원만한 운영과 주변 경관 보호를 위해 7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모래유실 방지를 위한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방파제 완공 이후에도 정확한 모래유실량을 조사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드넓은 사장으로 과거 유명했던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해수욕장은 사실상 해수욕장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모슬포 운진항에 방파제와 해안도로가 건설된 이후 조류의 흐름이 바뀌어 모래유실이 심각해져서다.

하모해수욕장은 폐장 위기를 넘기기 위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다른 지역 모래를 가지고 와 정비를 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모래유실과 더불어 제주 해안에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도 골칫거리다.

제주시 이호테우해변 등 제주 북부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갈색의 괭생이모자반이 덩어리째로 덮여 있어 피서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도는 인력과 중장비를 들여 해수욕장 등 해안에 쌓인 괭생이모자반 수거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주시가 북부 해안에서 수거한 괭생이모자반 물량만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1천t이 넘는다.



다른 해수욕장들도 모래유실을 방지하거나 모래유실 지역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모래를 덮는 등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산활동 등으로 이뤄진 제주해변에 다른 지역 모래를 덮는다고 해도 고유 특성을 살릴 수 없으며 해양 생태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제주 주요 해변 11곳에 대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 시행 결과 7곳이 해변 침식 우려 수준인 C등급 판정을 내렸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정도 팀장은 "무리한 방파제 공사와 해안도로 개설이 해변 침식 원인"이라며 "모래를 가져다 덮는 땜질식 대책보다는 대형 해안 공사를 체계적으로 들여다보고 통제·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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