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마다 다른 결정구…류현진 '카멜레온' 투구로 6이닝 쾌투

입력 2017-06-01 11:32
이닝마다 다른 결정구…류현진 '카멜레온' 투구로 6이닝 쾌투

체인지업 같은 슬라이더로 세인트루이스 타선 농락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왼손 투수 류현진(30)이 '카멜레온' 같은 다채로운 변화구로 13일 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쾌투했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이며 1점만 주고 7회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안타 3개를 맞았으나 볼넷을 1개만 내줘 대량 실점의 빌미를 아예 주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세인트루이스와의 홈경기에서 구원 등판해 4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역투해 빅리그 진출 후 첫 세이브를 올린 류현진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엿새 만에 다시 만난 상대 타선을 마음껏 농락했다.

류현진은 전날까지 내셔널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통산 평균자책점 1.50의 짠물 투를 뽐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서서히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가는 류현진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3가지 변화구를 위주로 던지고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떨어진 속구로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이날 선발 등판에 임했다.

특히 6일 전 구원 등판에서 던진 51개의 공 중 78%인 40개를 변화구로 채운 류현진은 이날도 전체 77개의 공 중 74%인 57개를 변화구로 장식했다.

속구가 20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각각 22개, 커브가 13개였다.

류현진이 이날 이닝별로 결정구를 달리 던지고, 체인지업 같기도 한 예리한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는 점이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

타순과 상대 타자 유형에 따라 볼 배합은 자연스럽게 달라지지만, 류현진은 이른바 '목적구'를 이닝마다 설정해 실점 위기를 원천 봉쇄했다.

2회 2루타를 맞고 1점을 준 뒤 류현진은 3회부터 '팔색조'로 변신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3회 류현진은 시속 148㎞짜리 속구를 결정구로 택했다.

톱타자 덱스터 파울러, 후속 맷 카펜터를 각각 땅볼과 삼진으로 요리한 뒤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변화구를 던져 땅볼로 잡고 삼자 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오른손 타자가 줄지어 나선 4회에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졌다.

MLB닷컴 문자 중계 서비스를 보면, 류현진의 이날 슬라이더는 최저 시속 119㎞에서 최고 143㎞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속도 차를 냈다.

슬라이더의 완급을 조절한 덕분에 느린 슬라이더는 류현진의 장기인 체인지업과 궤적상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노림수 좋은 세인트루이스 타자들도 현란한 체인지업 같은 슬라이더, 슬라이더 같은 체인지업에 제대로 된 스윙을 못 했다.

4회도 무사히 넘긴 류현진은 5회에는 체인지업으로 결정구를 바꿨다.

비슷한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번갈아 던져 타자를 속이고 낙차 큰 커브와 의중을 찌른 속구를 간혹 가미해 더 큰 혼란을 준 끝에 다시 삼자 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타순이 세 번째 돈 6회는 이날 류현진 투구의 백미였다.

속구 하나 없이 변화구 6개로 세 타자를 손쉽게 처리했다.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 조합으로 카펜터를 외야 뜬공으로 낚았다.

이날 투구수 절감의 '도우미' 노릇을 톡톡히 한 몰리나는 연속 슬라이더 2개로 2구째 만에 다시 외야 뜬공으로 잡았다. 4번 타자 제드 저코 역시 체인지업의 뜬공 제물이 됐다.

전날까지 올 시즌 류현진의 구종 비율은 속구 42%, 체인지업 28%, 슬라이더 15%, 커브 15%였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조합이 위력을 떨침에 따라 류현진은 앞으로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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