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성 셰프 분투기·그로테스크 예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여성 셰프 분투기 = 요리는 여성의 몫으로 여겨져 왔지만 셰프의 세계에서 유리천장은 유난히 높다. 미국의 상위 15개 레스토랑 그룹에서 일하는 헤드 셰프 160명 중 여성은 6.3%에 불과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버러 A. 해리스와 패티 주프리는 셰프라는 직업의 역사를 살피고 음식을 다룬 미디어를 분석해 그들 세계에 만연한 젠더 불평등을 고발한다. 직업으로서 셰프는 전쟁터에서 귀족을 위해 전문요리를 만들던 군대 직책에서 비롯됐다. 남성중심적 조직규범과 엄격한 위계질서는 이 때문이다.
미디어의 편견도 젠더 불평등에 한몫했다. 2004∼2009년 미국 매체에 실린 요리기사 2천206건 중 1천727건에 남성 셰프가 등장한다. 남성 셰프는 강한 리더십을 지닌 혁신적인 창조자로, 여성 셰프는 전통적이고 가정적인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로 묘사된다. 저자들은 여성 셰프 33명을 인터뷰해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차별과 성희롱도 고발한다.
현실문화. 김하현 옮김. 392쪽. 1만6천500원.
▲ 그로테스크 예찬 = 우스꽝스러운 것, 추하고 혐오스러운 것, 기형, 낯선 것, 비정상… 그로테스크는 2000년대 초반 '엽기'라는 이름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들어와 만개한 트렌드다.
영화평론가 이창우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김지운의 '조용한 가족',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등을 한국영화사의 그로테스크 계보에 올리고 정치·사회적 함의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배수로·논두렁·지하실 등 '살인의 추억'에 자주 등장하는 '하부공간'이 사회 부조리와 진실의 매장을 은유한다고 본다.
국제무대에서 주목받은 한국영화 중에는 유독 그로테스크의 성격이 짙은 작품이 많다. 거칠고 야만적인 한국 현대사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그로테스크는 '사회경제적 지진'을 체감하는 당사자들의 공황상태, 탐욕과 자기파괴를 왕래하는 대중의 모순적 충동 등을 집약적으로 직관하게 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린비. 400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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