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서해5도] ③ 이틀에 한 번 '물 받는 날'…메마른 섬
"24시간 물 나올 날 언제일지…" 소연평도 주민들 '고통의 나날'
지형·강우량 탓…올해 '해수 담수화' 시설 완공 예정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오늘이 물 받는 날이네요. 수도꼭지에서 24시간 물이 나오는 날이 언제쯤 올는지…"
지난달 31일 찾은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주민 최동희(68)씨의 집 베란다에는 2ℓ짜리 페트병 물이 서른 개도 넘게 쌓여 있었다.
이 물은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는 소연평도에 옹진수협이 공급한 생수다. 이곳에서는 이틀에 한 번씩 오후 4시부터 5시까지만 수돗물을 공급한다.
이날 마침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연평해운 화물선이 부두에 나타나자 주민들은 화색을 띠었다.
인천시는 지난달 11일부터 이 화물선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소연평도에 생활용수 50t을 공급하고 있다. 물을 원활하게 옮길 수 있도록 부두에 10t짜리 비상 물탱크 5개도 설치했다.
이렇게 공급된 생활용수는 마을 물탱크를 통해 집집이 설치된 물탱크로 흘러들어 간다.
비상 물탱크로 물을 옮기던 최동희 씨는 "그나마 외부에서 물을 받기 시작한 뒤로 사정이 훨씬 나아지긴 했다"며 "이전에는 사흘에 한 번, 나흘에 한 번씩 제한 급수를 해 손님이 와도 손도 못 씻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소연평도는 마을 상수도를 통해 나오는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3년째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지하수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소연평도에 있는 지하수 관정 5곳 중 2곳은 아예 말라붙었다.
나머지 3개 관정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은 하루 약 5t에 불과하다. 보통 주민 1명이 하루 0.25∼0.35t의 물을 쓰는데, 주민 등록 인구가 127명인 소연평도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경수(65) 소연평리 이장은 "소연평도의 지하수만으로는 열흘에 한 번꼴로만 급수할 수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강우량이 적어 여름 장마만 기다리는 형편"이라고 답답해했다.
올해 연평도 지역의 누적 강우량(5월 31일 기준)은 125.1mm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58.5mm)과 비교해도 34% 수준이다.
문제는 식수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소연평도는 가파른 지형 탓에 지표수가 모일 수 없는 구조다. 섬 규모도 0.23㎢에 불과하다 보니 지하수 양이 적어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금방 고갈된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섬이 콩 반쪽을 엎어놓은 것처럼 가파른 지형이어서 비가 와도 땅에 잘 고이지 않고 바다로 흘러내러 간다"라며 "섬의 토질이 암반(돌)이어서 비가 잘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물이 고일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인천시와 옹진군이 지난달부터 화물선으로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1.8ℓ짜리 생수를 열흘가량마다 6천600병씩 지원하면서 주민들의 숨통은 한결 트였다. 지난달 16일에는 해군 함정으로 생활용수 38t을 지원했다.
주민들은 물을 추가로 공급받기 전인 지난달 초만 해도 설거지나 빨래조차 할 수 없었다.
소연평도 주민 조송휘(62)씨는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더라도 꼭 아껴 써야 한다"며 "요즘도 이불 빨래처럼 큰 빨래는 대연평도로 보내서 한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는 소연평도의 고질적인 식수난 해결을 위해 올해 10월까지 해수 담수화 설비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 설비는 하루 최대 75t의 해수를 담수로 바꿀 수 있다. 가뭄이 아닌 평상시는 소연평도 지하수(25t)를 합쳐 하루 100t의 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인천시는 기대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4일 "지하수가 고갈돼도 담수화한 해수를 저장해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섬 지역의 특성상 물탱크의 배관 누수도 심해 이달 말까지는 배관 개량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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