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혈맹'이라는 것은 잘못된 이해"

입력 2017-06-01 09:41
"북한과 중국이 '혈맹'이라는 것은 잘못된 이해"

중국 북중관계 전문가 선즈화 교수 신간 '최후의 천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한국전쟁을 거치며 '혈맹', '순망치한'(脣亡齒寒) 등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북중국 관계 전문가인 선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는 신간 '최후의 천조'(선인 펴냄)에서 이런 표현에 대해 양국 관계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냉전기를 중심으로 양국 공산당 창당 때부터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될 때까지 양국 관계 발전의 흐름을 짚는다.

저자는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전 국가주석 시대 북중관계가 언제나 친밀하고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마오쩌둥이 강제력을 행사해 김일성을 지도자 위치에서 축출할 것을 고려한 심각한 충돌 국면도 있었다는 것이다.

1956년 11월30일 마오쩌둥은 베이징에서 당시 중국 주재 소련대사에게 "김일성은 아마도 너지처럼 변할 것"이라면서 "제국주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사회주의 진영에서 이탈하길 원하고 있으며 너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김일성은 성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에서 반(反) 소련 혁명을 일으켰지만 소련군에 체포돼 극비리에 처형됐던 너지 임레 전 총리처럼 김일성이 사회주의 진영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당시 마오쩌둥은 북한이 반드시 사회주의 진영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일성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조선의 지도자를 바꾸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 교수는 또 한국전쟁 당시 우호적인 것처럼 보였던 양국 관계는 단지 표면적일 뿐이었고 하급 지도자 간에는 군대지휘권과 철도 관리권, 정전 담판 전략 등 중대한 정책 결정에서 매우 심각한 의견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전쟁이 북중우호의 시작이자 갈등의 기원이라고 평가한다.

마오쩌둥이 김일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포용하고 지원요청은 반드시 수용하는 식으로 북중관계는 우호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이런 특수관계는 점차 사라졌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북한과 중국의 외교전략에 괴리가 생겼고 중국의 개혁개방은 북중 경제관계가 하강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북중 동맹의 정치적 기초가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것이 선 교수의 분석이다.

책 제목의 '천조'(天朝)는 '제후들을 거느리는 천자가 다스리는 조정' 이란 의미다. 중국 지도자, 특히 마오쩌둥의 의식 속에는 전통적 천조 관념이 일정 정도 남아있어 북한을 속국이자 보호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김일성은 중국을 추종하면서 동시에 사대주의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통해 북한의 자주독립을 옹호했다. 이 점에서 북중관계의 논리적 역설이 발생한다.

선 교수는 "결론적으로 중국과 북한간 역사적 관계는 정상적 국가관계라 할 수 없고 현대적 의미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국가관계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은 앞서 영문판과 일본어판으로도 출간됐다. 김동길·김민철·김규범 옮김. 910쪽.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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