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젤리제테러로 순직한 佛경찰관, 동성애인과 사후 웨딩마치

입력 2017-06-01 05:15
샹젤리제테러로 순직한 佛경찰관, 동성애인과 사후 웨딩마치

프랑스는 동성·사후결혼 모두 인정…올랑드 전 대통령도 하객으로 참석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난달 말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총격 테러로 숨진 경찰관이 동성애인과 사후(死後)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시장도 하객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일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고(故) 자비에 쥐젤레 경관의 동성애인으로 생전에 사실혼 관계였던 에티엔 카디유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파리 14구청에서 쥐젤레와 사후 결혼식을 올렸다.

쥐젤레 경관은 지난달 20일 저녁 파리 최대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순찰 근무를 하던 중 극단주의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동성애자였던 쥐젤레 생전에 경찰 내 성 소수자 인권운동에도 앞장서왔다. 파리 경시청에서 열린 추모식에서는 연인이자 프랑스 외교관인 카디유가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카디유는 당시 울음을 애써 참으며 "테러리스트를 증오하지 않겠다. 증오는 네가 평화의 수호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네 심장을 뛰게 한 가치들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앞서 열린 추모식은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이 주재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자격으로 참석했다. 올랑드는 쥐젤레 경관에게 프랑스 최고 영예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추서했다.

프랑스에서는 동성결혼과 사후결혼이 합법이다.

테러 등 피치 못할 중대한 사건으로 결혼 당사자 중 한 명이 숨졌을 때, 망자가 생전에 결혼에 대한 명백한 의지를 지녔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대통령 행정명령 형태로 사후결혼을 인정한다.

소규모 하객만 초청해 열린 이날 결혼식에는 재임 중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올랑드 전 대통령과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이 참석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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