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같았다"…카불 테러 생존자가 전하는 폭발 순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지진이 난 것처럼 도시 곳곳이 강하게 흔들렸다."
31일 오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외교단지에서 90명의 목숨을 앗아간 차량 자폭테러를 목격한 무슈타크 라힘은 폭발 당시 현장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마치 바로 옆에서 폭발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알자지라 방송에 말했다.
탈레반과의 16년간의 내전으로 카불 시내에서 폭탄테러가 벌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시민들은 이번 폭발은 전에 본 적 없이 강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 오바이둘라는 "많은 차가 부서져 불타고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피를 덮어쓴 채 폭발 현장에서 벗어나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dpa 통신에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폭발은 외교단지 거리에 출근하던 사람과 차량이 가득했던 오전 8시22분 일어났다.
폭발물을 실은 대형 저수탱크 차량이 독일, 영국, 캐나다 대사관 등이 있는 그린존 내부로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아프간 치안당국에 제지되자 바로 폭발이 일어났다.
주변에 있던 차량 50여대가 한꺼번에 부서지면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폭발한 트럭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패었다.
테러 현장 부근에 사무실을 둔 1TV 방송사의 카메라 기자 다리 라민은 "사무실로 걸어들어와 자리에 앉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면서 "밖으로 뛰어나와 보니 모든 것이 부서져 있었다"고 APTN에 말했다.
현장에서 700여m 떨어진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서민정 참사관은 "갑자기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고 유리창이 부서졌다"면서 테러 상황임을 파악하고 직원들과 함께 공관 지하 안전지대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 희생자들은 아프간 톨로뉴스 직원, 영국 BBC에서 일하던 아프간인 운전사 등 대부분 민간인으로 알려졌다. 여성과 어린이도 다수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고 아랍권 알마야딘TV가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애초 테러범의 공격 목표가 어디였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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