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국경 넘은 로힝야족, 이번엔 사이클론 직격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군의 학살과 방화, 성폭행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간 로힝야족 난민들이 이번엔 사이클론으로 인해 위기 상황을 맞았다.
31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사이클론 모라(Mora)가 전날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 바자르를 강타하면서 지금까지 7명이 죽고, 1만7천 채의 가옥이 붕괴하면서 6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약 3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임시로 거주하는 콕스 바자르의 난민촌도 직격탄을 맞아, 이동식 쉼터는 물론 공동 화장실과 치료시설, 주거지 배수시설이 등이 완전히 붕괴했다고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현지 난민촌 책임자인 산죽타 샤하니는 AFP통신에 "사이클론의 영향으로 최소 1만6천10채의 집이 부서졌다"며 "식량, 쉼터, 보건서비스, 물, 위생시설 모두 극심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난민들은 정부 당국이 자신들에게 사이클론 근접에 대해 어떤 경고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이클론 피해 이후 구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로힝야 난민을 대표하는 모함마드 라피크 하비브는 "식량을 전해주는 사람이 없다. 빵 한 조각으로 4명이 한 끼를 해결하고 있다"며 "임신부와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의 고통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미등록 난민 캠프에 사는 압둘 마틴은 "(집이 부서지면서) 어젯밤 학교와 사원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며 "하지만 장소가 협소해 모두를 수용할 수 없었고 일부는 노숙하거나 부서진 집에서 지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에 긴급 구호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제난민협회(RI)은 성명을 통해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사는 로힝야족이 재앙을 맞고 있다"며 도움을 구했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난민촌에는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어온 23만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수용돼 있었다.
또 지난해 10월 미얀마군의 무장세력 소탕 작전이 시작된 이후 7만5천여 명의 난민이 추가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들어온 것으로 유엔은 집계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