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4년만에 美쇠고기 빗장 풀지만…'빛좋은 개살구?'
규제 없는 홍콩 '회색시장' 통해서 이미 美쇠고기 수입…"연간 3천800억원어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14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조치를 풀기로 하면서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가 부푼 기대를 드러냈지만, 자칫 반쪽짜리 성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이런 합의 내용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환호한 바 있다.
홍콩의 '회색시장' 탓에 조만간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가 풀리더라도 미국 정부가 예상하는 수요 급증 현상을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2003년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처는 홍콩에는 적용되지 않았고, 중국 소비자들이 그간 수입 규제가 없는 홍콩을 통해 편법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들여왔다.
이미 홍콩을 통해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입 빗장이 풀리더라도 중화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급격히 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실상 홍콩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절반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판천쥔 라보방크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홍콩 회색시장을 통해 중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연간 3억4천만 달러, 한화로 3천800억 원어치라고 추산했다.
또 중국 소비자들이 곡물을 먹여 키운 프리미엄 미국산 쇠고기를 선호하기는 하겠지만, 아주 높은 가격을 형성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중국의 수입 쇠고기 시장 최강자는 값싼 고기를 수출하는 브라질로, 전체 시장의 29%를 차지한다. 우루과이(27%)와 호주(19%), 뉴질랜드(12%)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장쑤(江蘇)성 수입업자인 저우원제는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온라인 구매가가 1㎏당 80위안(약 1만3천200원)인 호주산 쇠고기보다는 비싸겠지만 1㎏당 120위안인 캐나다산 쇠고기보다는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쇠고기 수입업체 JOC 오스트레일리아의 헨리 황은 회색시장의 존재 자체가 중국 본토의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며 "미국산 쇠고기는 품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풀을 먹여 키운 고품질 쇠고기 가격이 조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7월 16일부터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14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4월 6∼7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미·중 무역과 투자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을 시행한 결과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