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억울하다" 당당한 정유라…혐의사실은 최순실에 넘겨

입력 2017-05-31 16:08
수정 2017-05-31 16:10
"저는 억울하다" 당당한 정유라…혐의사실은 최순실에 넘겨

"모른다·아니다·아는 사실 없다" 모르쇠·부인 답변 일관…아들 얘기는 정색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덴마크에서의 245일간 도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정유라(21)씨는 31일 오후 3시 15분께 인천국제공항 27번 게이트 탑승교에 고개를 당당히 들고 나타났다.

위축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탑승교에 가득 찬 취재진을 둘러보는 여유를 보였다.

민트 색 집업 점퍼를 입었고, 양 손목에 찬 수갑은 파란색 수건을 둘러 가린 상태였다. 정씨의 양옆에는 여성 검찰 수사관이 자리했다.

정씨는 취재진의 질문이 시작되자 질문하는 기자를 고개를 돌려 응시하며 담담하게 답을 이어갔다. 말을 아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다소 두서는 없지만 긴 답변을 이어가며 인터뷰는 5분가량 진행됐다.

다만 본인의 법적인 책임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모든 혐의는 어머니인 최순실씨의 책임으로 돌렸다.

사실관계를 묻자 "잘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다", "아는 사실이 별로 없다"라고 답해 '모르쇠·부인' 전략으로 일관했다.

우선 정씨는 '국정농단이 억울하냐'는 질문에는 다소 울컥하며 "일단은 저는 좀 억울합니다"라고 답했다.



정씨는 답변하는 동안 생각을 떠올리려는 듯 자주 미간을 찌푸리며 천장을 올려다봤고, 간간이 헛웃음도 지어 보였다.

다소 황당한 답변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했다.

정씨는 이화여대 입학 취소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네. 저는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당연히 인정한다"면서 선뜻 '쿨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전공이 뭔지도 사실 잘 모른다"는 답변을 내놨다. 말미에는 멋쩍은 듯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들 얘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아들 입국 날짜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거나 아들의 현지 체류 비용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공분을 샀던 '돈도 실력이다'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리고 욱하는 마음에 썼던 것 같다"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씨는 "저도 아기가 있는데.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속상할 것 같고"라며 말하기도 했다.

bob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