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실력, 니네 부모 원망해"…국정농단 중심에 선 정유라

입력 2017-05-31 14:34
수정 2017-05-31 14:38
"돈도 실력, 니네 부모 원망해"…국정농단 중심에 선 정유라

올림픽 승마 꿈나무서 피의자 전락…'촛불민심 도화선'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31일 덴마크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가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와중인 작년 9월께 한 네티즌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이 글은 삽시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퍼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글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적 지위와 계급을 결정하는 시대상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금수저·흙수저'론이 광범위하게 회자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국민적 분노를 자극했다.

연령과 계층을 넘어 '촛불 민심'이 불타오르는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씨는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라는 모친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학창 시절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교육 농단'의 중심인물로 거론된 배경이다.

정씨는 승마 특기생으로 서울 청담고에 재학하던 시절 수업시간에 출석하지 않고 수행평가에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체육교과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일부 교사는 정씨의 대학 진학에 유리하도록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허위 기록하기도 했다. 학사·출결관리, 성적처리, 수상 등 전방위적인 특혜가 주어졌다.

이화여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 승마 종목에 지원한 정씨는 규정을 어기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을 봤다. 그는 전체 면접자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입학 이후에는 수업을 빼먹고 시험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학점을 취득하는 특혜가 이어졌다.

여기에는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해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대학 고위층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박영수 특별수사팀 수사에서 드러났다.

대통령의 권세를 등에 업은 최순실씨가 딸을 위해 이들을 움직인 정황도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사실상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등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대한승마협회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을 좌천시킨 것도, 삼성그룹을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에 눌러 앉혀 거액의 승마훈련비를 지원하도록 한 것도 그 중심에는 정씨가 있었다.

국정농단이 기실 딸에 대한 최씨의 모성애에서 비롯됐다는 일각의 분석도 이런 정황에 터 잡은 것이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정씨는 승마 종목 최초의 한국인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어릴 적 꿈을 접고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구속 여부를 떠나 어쨌건 재판에 넘겨져 모친인 최씨와 함께 법정에서 얼굴을 맞대야 하는 참담한 순간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부터 정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도 정씨의 처벌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전망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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