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후엔 학생들과 정담…김혜숙 이대총장의 파격
"총장이 직접 지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김혜숙 이화여대 신임총장은 학교 역사상 첫 구성원 전원 직선제 총장답게 취임식 직후부터 파격 행보를 보였다.
김 총장은 31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한 뒤 교내 ECC 외부로 옮겨 학생들과 직접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김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제 이름의 '맑을 숙'자처럼 깨끗이 씻어내야 할 것들이 많다. 씻을 것은 다 씻고 다시 일어서는 재도약 기회를 만들자"고 말했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학생은 "학내 하청 노동자들과 많은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민주노총 이화여대 분회장이 "우리를 유령 취급하지 마시고 같은 이화인으로 여겨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장은 "얼마 전 은퇴하신 한 청소 아주머니와 전화 연락도 하는 사이"라며 "우리가 대학 내 관계에서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학교 고시반 지원을 늘려달라는 요구에는 "당연히 빵빵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해 학생들 환호성을 받았다.
졸업을 앞뒀다는 학생은 "수강신청이 무척 힘들었다. 우리는 떠나지만 남은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총장은 "20초 만에 수강신청이 닫힌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4차 산업혁명 얘기들을 하는데 교육환경도 잘 개선하고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사실 이런 (원론적인) 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며 "잘 지켜봐 주고 문제가 있을 때 또 여러 방식으로 의견을 준다면 여러분 아이디어를 받아서 방안을 모색하겠다.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총장선거 투표반영 비율 8.5%로 영향력은 적을지언정 김 총장에게 95.41%라는 절대적 지지를 보내 김 총장 우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투표반영비율이 77.5%에 달하는 교수 집단 표도 절반 이상인 52.7%를 가져왔다.
그는 지난해 학내 시위에서 교수 신분으로 학생들 편에 서는 등 학생들이 요구하는 '소통'에 관심을 쏟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는 이대 재학생들의 학내 시위와 경찰 진입 동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려 학내 사태를 야기한 최경희 전 총장과 다른 교수들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날 대화도 "김 총장이 직접 지시해 만든 행사"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조금 전 만난 학생이 '졸업장에 총장님 이름이 찍히게 돼 기쁘다'는 말을 한 것이 상당히 가슴에 와 닿았다"며 "제 선창에 따라 해보자. 새 이화!"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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