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있어도 국적기는 한국 영토'…정유라 체포 근거는

입력 2017-05-31 11:05
수정 2017-05-31 11:21
'외국 있어도 국적기는 한국 영토'…정유라 체포 근거는

형법·국제법상 '기국주의' 따라 당사국 법 적용이 원칙

'BBK' 김경준·'이태원 살인' 패터슨 등 모두 기내 체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외국 영토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한국인을 체포할 수 있나'

덴마크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강제 송환되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를 우리 검찰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의 대한항공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체포하면서 그 법적 근거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이날 검찰의 법 집행은 우선 기본적으로 범죄 장소에 따라 형법을 적용할지를 결정하는 '장소적 적용 범위'에 관한 원칙인 '속지주의'에 따른 것이다.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형법을 적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를 결정하는 원칙이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형법에는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우리 형법을 적용하는 '속지주의'(형법 제2조) 조항이 마련돼있다.

또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경우에도 형법을 적용하는 '기국주의'(旗國主義·형법 제4조) 조항도 있다.

기국주의는 많은 국가가 합의한 국제법상 원칙이다.

이는 항공기나 선박은 그 국적을 가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한다는 원칙이다. 공해상이나 외국이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비행기와 선박은 한국의 사법 주권이 영향을 미친다는 법 해석이다.

이러한 국제법상 원칙이 형법 4조에 일부 반영된 것이다. 제4조는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한국 국적의 선박 또는 항공기를 사실상 우리 영토로 보고 그 장소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을 처벌할 수 있다고 명문화한 것이다. 범죄자나 피해자의 국적과 관계없이 한국의 항공기나 선박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국내 형법을 적용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토 개념에 속하는 국적기를 태우면 탑승 즉시 호송팀에게 사법 권한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적 안정감 속에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공항의 국적기에서 범죄 피의자를 체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7년 11월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국적기에 탑승하자마자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됐다.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 국적의 아더 존 패터슨도 미국 사법당국의 범죄인 인도 결정에 따라 2015년 9월 한국으로 강제 송환될 때 우리 국적기 탑승 직후 체포됐다.

과거 캐나다 국적을 가진 피의자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해 활동하다가 목적 수행을 위해 김포공항에서 국적 항공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한 뒤 현지에서 평양으로 들어갔다가 적발된 사건에서도 법원은 속지주의 및 기국주의 원칙에 의해 우리 형법을 적용해 유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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