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 D-7]② 브렉시트 진로 결정…흔들리는 EU 향배도 영향권

입력 2017-05-31 06:00
수정 2017-05-31 16:25
[英총선 D-7]② 브렉시트 진로 결정…흔들리는 EU 향배도 영향권

메이, '하드 브렉시트' 천명…"강한 협상력 달라" 호소

코빈, 하드 브렉시트 반대, '부자증세·복지확대'로 공략

막판 맨체스터 테러로 안보이슈도 가세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이번 영국 조기총선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진로를 결정하는 선거다.

유럽연합(EU) 입장에선 협상에 따라 결정될 브렉시트 진로는 흔들리는 EU 체계의 향방을 가르는 사안이기도 하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오는 6월 19일 시작되는 협상을 앞두고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하드 브렉시트'에 대한 여당인 보수당 내 일각과 야권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고 강력한 협상력을 손에 쥐기 위해서다. 하드 브렉시트는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는 것을 뜻한다.

브렉시트에 반대한 메이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해 6월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당대표로 선출돼 총리직을 승계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신임을 직접 묻는 것이다.

메이는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29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나는 나쁜 합의보다는 아예 합의하지 않는 게 낫다는 점을 계속 말해왔다.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협상을 앞둔 기싸움 차원의 수사(修辭) 성격도 담긴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EU는 공격적인 협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8일 미국과 영국을 겨냥해 꺼낸 발언은 EU의 단합과 결속을 강조한 맥락에서 나왔지만, 협상을 앞둔 영국에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메르켈 총리는 "남(다른 국가)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어느 정도 지났다"면서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 운명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 미래를 위해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EU 27개국 정상들은 '선(先) 탈퇴조건 협상, 후(後) 미래 관계 협상'(자유무역협정 협상) 원칙을 정했다. 영국 측의 병행협상 요구를 명백히 거부한 것이다.

특히 이혼합의금 등 탈퇴조건들에 대한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이" 있어야만 2단계 협상으로 나아가겠다고 분명히 했다.

최대 쟁점인 이혼합의금과 관련해선 요구액이 600억 유로~1천억 유로가 될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온 가운데 영국 측 협상대표는 "심지어 10억유로도 커다란 돈"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제1야당인 노동당은 '하드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있다.

노동당은 공약에서 "브렉시트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헤택을 유지하는 데 강력한 중점을 두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다"고 표현해 단일시장 지위 유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택했다.

의회가 브렉시트 최종 합의안에 대한 의미 있는 표결을 한다고 한 공약도 의심을 낳고 있다.

코빈 대표는 "총리가 된다면 EU 탈퇴 협상에서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인가"를 묻는 기자의 7차례에 걸친 질문에도 직접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 브렉시트 협상-노인 복지-테러 등 이슈 오락가락

이번 선거운동 기간 이슈는 오락가락했다.

브렉시트 쟁점 대신 다른 쟁점들이 핫 이슈들로 부상했다.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대상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개혁하는 보수당 공약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괜찮은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적은 이른바 '하우스 푸어' 노인들에게 치매 등 요양 지원을 축소하는 내용이었다.

노동당은 '치매세'라고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메이 총리는 지지율이 떨어지자 서둘러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여당인 보수당은 법인세율 17% 인하, 소득세 유지, 국민보건서비스(NHS)·학교 예산 증액, 국민생활임금 인상 등 2015년 총선공약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노동당은 강성좌파 코빈의 철학을 담은 선명한 공약을 내놨다.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로 요약된다. 여당은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대기업 법인세 인상, 로빈 후드 세금(금융거래세) 대상 확대,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 등을 약속했다.

이렇게 거둔 세금을 NHS와 교육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데 쓰겠다고 약속했다. 대학등록금도 즉각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외 철도회사들을 공적 소유로 환원하고 수도회사들도 국유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공약 논쟁이 달아오를 무렵 22명이 목숨을 잃은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가 발생하면서 안보이슈가 가세했다.

'안보결집효과'로 보수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노동당 지지율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테러범이 정보당국의 레이더망 밖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테러를 사전 차단하지 못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노동당은 메이가 내무부 장관 시절인 2010~2016년 경찰인력을 2만명 가량 감축한 것이 이번 사건을 촉발했다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선거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강력한 협상력이 필요하다면서 선거 무대를 브렉시트 협상으로 옮기려 애쓰고 있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