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고누락' 진상조사…대미·대중 외교 변수되나

입력 2017-05-30 18:47
수정 2017-05-30 19:04
사드 '보고누락' 진상조사…대미·대중 외교 변수되나

사드 도입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론' 힘 실릴 듯

전문가 "사드 '韓 결정할 문제' 메시지…입지강화 포석"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 2기를 제외한 다른 4기 반입을 둘러싸고 '보고 누락' 파문이 불거지면서 사드 도입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별도 사드 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철저하게 진상 조사하라고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충격적"과 같은 매우 강한 표현을 쓰며 진상 조사를 지시한 만큼 앞으로 사드 도입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검증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의 논의 및 동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공약의 구체적인 실현 방향도 결정될 전망이다.

일단 검증 및 동의 절차에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문재인 정부로서는 이번 '보고 누락' 파문으로 사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시간을 다소 번 셈이 됐다.

이에 따라 6월 말로 예정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과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진행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주요국 정상과의 회동에서 사드는 '검증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밝히라는 미국과 중국의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사드 반입·배치를 되돌리든, 아니면 이를 유지하며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 나가든, 향후 나올 검증 결과는 신 정부가 사드 관련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일정 수준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이번 진상 조사에서 사드 반입 관련 심각한 수준의 졸속 추진이 명백히 드러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할 전망이다.

이미 반입된 사드 장비를 철수시키는 것은 한미동맹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지만, 문제가 드러난 사안을 '기정사실'이라는 이유로 넘어가는 것도 '적폐청산'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로서는 이번 검증을 시작으로 사드 배치를 한미동맹의 한 척도로 여기는 미국과, 추진 과정 논란을 기화로 사드 철수론에 고삐를 당길지 모르는 중국 사이에서 복잡한 방정식 풀이에 착수할 전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드 배치와 국회 동의 문제는 어떤 결과가 나와도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쪽은 불만을 가질 사안"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이번 조치(진상조사)는 사드 문제는 한국이 적법, 적절한 절차를 밟아 결정할 사안인 만큼 문제제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변국에 던지는 취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드 배치 관련 주변국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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