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말라죽을까 걱정돼유"…충남 부사호 농민 염분피해에 '한숨'
보령호 물 방류했지만 무더운 날씨로 염도 다시 상승
농어촌공사 "내달 중순까지 비가 안 오면 수확 못할 수도 있어"
(보령=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큰 일입니다. 그렇다고 모를 심지 않고 방치할 수 없고…."
30일 충남 보령시와 서천군 일대 부사호 간척농지에서 만난 농민 유정희(79·여·서천군 서면 부사리)씨.
유씨는 '짠물에 모내기를 하면 문제가 없느냐'는 기자의 말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유씨는 이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간척농지에서 사위 A(58)씨의 도움을 받으며 1만여㎡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먼저 모내기를 한 인근 논을 가르키며) 2∼3일 지나면 오늘 심은 모가 저렇게 벼잎이 끝부터 말리면서 하얗게 변할텐데, 어렵게 심은 모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염분 농도가 높은 부사호 물을 끌어다 벼농사를 짓는 그는 막 모내기를 마친 어린 모가 타들어 가다 고사하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이양기로 모내기를 마친 사위 A씨는 "못자리 설치, 모내기, 써레질 등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을 고려할 때 아무리 염도가 높다고 해도 모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 달 안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땅 임대료(210만원)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날 680필지 656㏊의 부사호 간척농지 곳곳에서는 모를 심기 위해 농기계로 써레질을 하고, 이양기로 모를 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날 현재 부사호 간척농지 모내기 진척률은 40% 정도에 이른다.
같은 날 간척농지 상류에서 500m 정도 떨어진 논에서 만난 황남연(83.보령시 웅천읍 황교리)씨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황씨는 모내기한 지 15일쯤 되는 논을 가리키며 "비가 안 오면 살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농사를 포기할 수 없어 물이 짠 데도 모를 심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은 상류인 보령호에서 흘려보내는 농업용수로 부사호의 염도를 희석해 농사를 짓는 곳이다.
그러나 계속된 가뭄으로 보령호 저수율이 댐 준공(1998년) 이후 최저치인 10%로 떨어져 농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보령지역의 올해 누적 강수량은 617.3mm로 평년(1천244.3mm)의 49.6%, 전년(792.8mm)의 77.9% 수준에 그친다.
보령호는 하루 11만5천t의 금강물을 도수로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가뭄이 닥치면서 충남 서북부 주민의 식수와 보령·서천화력발전소에 쓰이는 공업용수, 하류의 농업용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최근 3일간 보령화력발전소와 서천화력발전소에 하루 2만8천t의 공업용수 공급을 일시 중단하고, 하루 6만2천t씩 모두 18만여t를 부사호에 내려보냈다. 부사호 염도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부사호의 물(총 담수량 1천17만t)을 희석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보령지사는 "이번 조치로 부사호 염도를 150PPM 낮추는 데 그쳤다" 설명했다.
이마저도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염분농도가 다시 높아져 희석수 방류 효과마저 사라졌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처방이 돼버린 것이다.
농어촌공사 보령지사 관계자는 "간척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91개 법인 위탁영농인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모내기를 하고 있지만 다음 달 중순까지 흡족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올해 가을 수확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