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용등급 강등에 발끈한 이유는…시장개방 준비중 '날벼락'

입력 2017-05-30 15:56
中 신용등급 강등에 발끈한 이유는…시장개방 준비중 '날벼락'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이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강하게 반발한 것은 시장개방을 추진하던 시기에 등급 강등이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0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무디스가 지난 24일 신용등급을 28년 만에 처음으로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직후 배포한 성명에서 무디스가 부적절한 방법을 이용했으며 중국법과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와 정부 연구원들도 무디스 평가의 신뢰도가 낮다고 맞장구쳤다.

무디스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신평사 청신(誠信)도 중국 등급의 강등에도 국가등급이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네이선 차우 이코노미스트는 무디스의 등급 강등에 대한 중국의 격한 반응이 안정화 방안의 하나라며 중국 당국이 주식과 채권 등 자산 시장이 변동성에 취약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등급 강등 소식에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를 보이지 않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해외 신평사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이후 등급 강등이 이뤄져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했다.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아시아이코노믹스 대표는 등급 강등이 중국에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중국이 불만을 가진 것 같다며 중국이 자국 시장에 외국인 투자를 추가로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해외 신평사가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힌 지 몇 주일 만에 등급 강등이 이뤄져 중국이 더 불만을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이 신용평가 시장의 개방 시기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시장개방이 이뤄지면 해외 신평사가 중국 제휴업체가 대주주인 조인트벤처를 구성할 필요 없으며 독자적으로 중국 채권 발행 기업의 등급을 평가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왕단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등급 강등 때문에 외국 신평사에 문호를 닫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외국 기업이 중국 내부 등급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국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티시스은행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타이밍이 등급 강등의 요인이 됐을 수 있다며 미국 신평사들의 중국 진입이 허용되자 무디스가 등급이 편향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기를 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디스의 마리 다이런 국가리스크 그룹 부이사는 중국 등급 강등 결정이 글로벌 국가 평가방식과 중국의 근본적인 성장, 지속적인 부채 증가, 유사 경제권 내 주기적 변화 등에 기반해 이뤄진 것이라며 부채-주식 간 교환과 혼합소유제, 과잉 투자에 대한 단속 등 중국의 해결책이 근본적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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