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수습한 김시습 사리, 부여 무량사로 돌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 사리 40과 반환…내달 9일 조계사서 친견법회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세조가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사건인 계유정난에 반발해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출가한 매월당 김시습(1435∼1493·설잠 스님)의 사리 1과가 부여 무량사로 돌아간다.
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신라 석탑인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국보 제30호)에서 나온 사리 4과도 제자리를 찾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김시습 사리와 분황사 모전석탑 사리를 포함해 총 40과의 사리를 돌려받는다고 30일 밝혔다.
조계종은 이를 기념해 내달 9일 오전 10시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의 이운(移運) 의식에 이어 11시 30분부터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민국 국운융성을 위한 조계사 사리 친견법회'를 봉행하고 반환된 사리를 공개한다.
사리(舍利)는 부처나 스님의 화장한 유골에서 추려낸 구슬 모양의 작은 결정체를 가리킨다. 한국을 비롯한 불교 국가에서는 사리탑을 세우는 등 사리를 숭배하고 공양하는 사리 신앙이 성행했다.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은 설잠(雪岑)이라는 법명을 받아 무량사에 주석하다 입적했고, 그의 사리는 무량사 부도탑에 봉안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폭우로 부도탑이 무너지자 일본인들이 사리를 부여박물관으로 이관했다. 불교계에서는 사리를 원래 봉안처인 무량사로 반환해야 한다는 요청이 잇따랐다.
분황사 모전석탑 사리 역시 일제강점기인 1915년 일본인들이 탑을 해체·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이후 경주박물관이 보관해왔다.
조계종은 소장처가 명확한 김시습 사리와 분황사 모전석탑 사리는 친견법회 후 무량사와 분황사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소장처를 알 수 없는 백자사리합 사리 1과, 청동원통형사리합 사리 1과, 청동제사리기 사리 33과 등 35과는 조계사에 봉안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사리 환수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3년에 걸쳐 국립박물관에 있는 사리 129과를 장기대여 방식으로 돌려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사리가 지닌 종교적 가치에 크게 공감하고 환수 결정을 내렸다"며 "수장고에 있던 사리들이 제자리를 찾아 신앙과 예경(禮敬)의 대상으로 부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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