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국민연금 일방 결정하면 전문위 존재가치 없어"

입력 2017-05-29 17:41
"삼성합병, 국민연금 일방 결정하면 전문위 존재가치 없어"

김성민 전 위원장, 박근혜·최순실 재판 증언…"합병안 올라올 줄 알고 준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 김성민 전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2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당연히 전문위에서 판단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 합병안이 국민연금공단 내부의 투자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증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SK 합병안을 전문위에서 처리했기 때문에 삼성 합병 케이스도 당연히 전문위로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SK 합병 건과 삼성 합병 건은 "공정성 이슈에서 거의 동일한 사안으로 판단한다"면서 오히려 삼성 건이 "더 민감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5년 7월 4일 전문위 개최 일정을 잡을 생각에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났다가 '황당한' 이야기만 들었다는 일화도 꺼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3∼5일 정도는 외부와 차단하고 외부 기관들이 삼성 합병안에 왜 반대하는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입장이나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의견은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의견까지 청취하고 나서 각 위원이 어떤 근거로 찬성·반대하는지 얘기해볼 생각이었다"며 "그래서 만났는데 엉뚱한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홍 전 위원장이 "시너지 효과를 고려하면 합병이 긍정적이지 않으냐"는 취지로 말하며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을 떠봤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시 삼성 합병안은 전문위가 아닌 공단 내부 투자위원회에 회부돼 찬성 의결이 났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측에 전문위 개최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다고 한다. 투자위가 삼성 합병안을 처리한 것에 절차적 문제는 없는지, 결정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복지부 측에서는 "아무 액션이 없었다"고 김 전 위원장은 증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합병안을 전문위에 회부해달라고 한 건 전문위의 권한과 책임이라 생각했다"며 "삼성 합병 케이스를 전문위에 회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투자위에서 결정한다면 전문위 존재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