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동력 떨어질라'…국정기획위, '부처 군기잡기'

입력 2017-05-29 16:12
'개혁동력 떨어질라'…국정기획위, '부처 군기잡기'

"국정철학 숙지 안돼…깊은 반성과 통찰 필요" 주문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부처들로부터 본격적인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공직사회 '군기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29일 국정기획위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현재까지 업무보고를 받은 부처들에 대해 "대통령 공약을 베껴오거나 기존 정책의 길만 바꾸는 '표지 갈이' 같은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이는 "완장 찬 점령군 행세는 안 된다"던 초기의 신중한 기조와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김 위원장이 부처 업무보고를 사실상 질책하면서 본격적인 공직사회 단도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로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직기강까지 무너지면 국정 초기 개혁동력을 제때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의 개혁은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에 옮길 공무원들과 손발을 맞춰야 가능하기 때문에 각 부처에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조를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정기획위는 당초 22개 부처의 보고만 받겠다고 했다가 이번 주 중 추가로 13개 부처와 9개의 산하기관으로 보고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의 모든 부처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면서 공직사회 장악력을 꾀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실제로 지난 24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이어진 업무보고에서 국정기획위가 모두발언 등을 통해 각 부처에 주문한 키워드는 '반성과 성찰'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과거 잘못된 행정 방향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잘 안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오후 관세청 업무보고에서도 "이제 보름 정도 지난 시점에서 (국정철학이) 충분히 숙지가 안 된 부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같은 시간 국민권익위 업무보고에서 정치·행정 분과 박범계 위원장은 "국민권익위가 9년 동안 후퇴를 거듭했다. 이점에 대해서 깊은 반성과 통찰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앞선 업무보고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계된 문화체육관광부에는 "과거 잘못을 발본색원하고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환경부에는 "4대강,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등은 모두 환경부가 책임 못 져서 생긴 일이어서 국민의 시선이 굉장히 차갑다"는 날 선 질책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관가 일각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에는 정권 출범 후 업무보고까지의 보름 남짓한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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