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말' 이상윤 "'악은 성실하다'는 대사 가장 와 닿았죠"

입력 2017-05-29 12:05
'귓속말' 이상윤 "'악은 성실하다'는 대사 가장 와 닿았죠"

"편했던 장면 거의 없어…모든 인물이 날 때리러 오는 것 같더라"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확실히 살이 꽤 빠졌어요. 에너지가 굉장히 필요한 작품이더라고요. 전반적으로 긴장된 상황의 연속이었고, 대립하고 고뇌하는 장면이 많았으니까요. 보는 사람마다 얼굴 홀쭉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동료 배우들과 제주도 여행에 가서 여운을 상당 부분 떨쳐내고 왔죠."

전국 평균 시청률 20%(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며 종영한 SBS TV 월화극 '귓속말'에서 권력 앞에 잠시 흔들렸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신영주(이보영 분)와 함께 법비(法匪)를 응징한 이동준 역의 배우 이상윤(36)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한 회에도 수차례 공수가 전환되고,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보니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시청자들이 "저러다 이상윤의 미간이 영원히 펴지지 않겠다"는 농담도 할 정도였다.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난 이상윤은 "그래도 (이)보영 누나한테 힘을 많이 받았다"며 "누나가 항상 유쾌한 사람이어서 현장을 밝은 에너지로 이끌어준 덕분에 기분이 가라앉는 순간에도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파트너 이보영에게 공을 돌렸다.

'귓속말'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는 드라마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기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법비와 정의에 대한 명대사를 많이 남겼다.

"저는 '악(惡)은 성실하다'는 대사가 극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선(善)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항상 한발 앞서서 그것을 막는 것이 악이잖아요. 결국 성실한 악에 계속 눌리던 선이 마지막에 가서야 승리하죠."

이상윤은 그러면서 "'보이는 증거를 앞으로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며 "동준이 처음에 보이는 증거를 외면하면서 발생한 작은 균열들이 점점 커지면서 극이 전개됐기 때문에 마지막에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잘 담아낸 대사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극적인 선의 승리를 표현해내기 위해 악의 축인 강정일(권율)과 최수연(박세영)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 배우 개인으로서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고 이상윤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쪽(선)보다는 저쪽(악)의 이야기가 힘이 있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어 개인적으로는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런 부분이 전체 이야기를 탄탄하게 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러면서 "멜로 부분에 대한 댓글도 봤는데, 인물 간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그림이 어색하지 않은데 전체 스토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중후반부터 감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이상윤은 또 "한 회 내에서 공수 전환이 반복되다 보니 감정 연기보다는 정보를 전달하는 연기, 머리를 써야 하는 연기가 많았다"며 "그러다 한 번씩 제게 공격권이 넘어왔을 때 통쾌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척점에 섰던 강정일 역의 권율에 대해서는 "사석에 있을 때와 촬영장에 들어갔을 때의 차이가 커서 놀랐다"며 "집중력과 연기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세영에 대해서도 "최수연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윤은 2007년 '에어시티'로 데뷔해 '신의 저울'(2008), '내 딸 서영이'(2012), '불의 여신 정이'(2013), '라이어 게임'(2014) 등에 출연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연기생활 11년 차를 맞은 그는 "최근에 좀 힘들다. 제가 욕심을 내서 그런지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힘들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귓속말에서도 너무 힘들었다. 17회 중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장면이 손에 꼽는다. 나중에는 모든 캐릭터가 저를 한 대씩 때리러 오는 것 같더라"며 "다음에는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인 이상윤은 tvN '문제적 남자' 애청자들의 섭외 희망 1순위로도 꼽힌다.

그는 "제가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 아니라서 못 나가겠다"며 "역대 출연자 중에 가장 문제를 못 풀 것 같다. 그래도 (출연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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