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공직자들 반성 진정성 안 느껴져…정책 표지갈이만"
"유리한 공약 뻥튀기, 불리한 공약은 줄여…조직 이기주의"
"공직자들, 촛불민심 받드는데 제대로 공감못해"…'군기잡기'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29일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관료들이 제대로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한 측면이 많다"며 "촛불민심을 받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공직자들이 이 점에 대해 우리와 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선 개혁과제 안착을 위한 '부처 군기 잡기'의 본격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기조인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고용·분배의 '골든 트라이앵글(황금삼각형)'에 대해서도 관료들의 이해도가 국정기획위 자문위원들보다 낮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반성을 토대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대체로 기존 정책의 길만 바꾸는 '표지 갈이' 같은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조직 이기주의가 아직 남아 있다.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려고 하는 것이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위원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아주 크고 언론의 관심도 높다. 국민도 여러분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같이 짐을 지는 자세로 일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문위원이나 전문위원을 향해서도 "대관소찰(大觀小察·크게 보고 작게 살피는 것)할 필요가 있다"며 "큰 틀에서 봐야 하지만 재원조달도 살펴봐야 하고 기존 정책과 충돌도 막아야 한다. 꼼꼼하게 나무 한 그루를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정 전반을 균형 있게 추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어 "무엇보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경륜을 보여달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일정과 관련해 "30일 예정된 공공부문 일자리 부처간 합동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 등을 주제로 합동 회의를 계속하겠다"며 "남은 한 달 동안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의 심정으로 업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업무보고 자료가 유출되는 등 '보안사고'가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시작일 뿐이며, 토론을 통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마치 업무보고가 확정된 정책처럼 알려지면 정부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며 "설익은 정책이 외부 유출되지 않게 신경 써달라"라고 촉구했다.
그는 "밥을 지을 때 중요한 것이 뜸을 들이는 것이다.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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