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 골드러시 때 중국인 차별 공식 사과

입력 2017-05-29 10:51
호주 빅토리아주, 골드러시 때 중국인 차별 공식 사과

1800년대 중반 입국세 부과로 500㎞ 걷도록 내몰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빅토리아주 주총리가 1850년대와 1860년대 골드러시 기간 중국인 이주자에 대한 주당국의 인종차별행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했다.



당시 빅토리아 주당국은 관할 내 항구에 도착한 중국인 이주자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입국세를 매겼고, 수천 명의 이주자는 이를 피하고자 인근 남호주주(州)로 들어와 빅토리아주의 금광들까지 수백㎞를 걸어야 했다.

황야를 걸으면서 많은 사람이 굶주림과 탈진으로 숨졌고, 무사히 고행을 끝낸 사람들은 금광지역에서 기승을 부린 인종차별주의에 시달렸다.

대니얼 앤드루스 빅토리아 주총리는 지난 26일 주의회에서 중국 커뮤니티 지도자 등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사과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전했다.

앤드루스 주총리는 과거의 이 정책을 "수치스러운 부당한 조치"라며 "주정부와 주의회를 대신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의미가 있다면 사과를 하든 데 너무 늦는 법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사과는 중국계 후손 등 약 20명이 당시 중국인 이주자들이 이용한 길을 재현하는 도보 행군을 전날 마친 뒤 나왔다. 참가자들은 남호주 로브(Robe)에서 출발해 빅토리아 주도 멜버른까지 약 20일간 511㎞를 걸었다.

행군 조직자 중 한 명인 찰스 장은 "골드러시 당시 중국인 이주자들은 걸어서 이동하면서 대단한 인내와 투지를 발휘했다"며 "초기 중국인 정착민들이 호주에 한 기여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현지 일간 디 에이지에 말했다.

행군에 참여한 아드리안 헴은 "사과가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골드러시 동안 전 세계의 사람들이 빅토리아주에 몰려들면서 이 지역 인구는 1851년 7만5천 명에서 10년 후인 1861년에는 5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중국에서는 대략 4만2천 명이 찾아오면서 외국 이주자들로는 두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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