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성폭력' 피해여성, 길원옥 할머니 만나 울고 웃고
길 할머니 "잘 참되, 말해야" 조언, 만행 규탄하고 평화 희망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9) 할머니가 28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이슬람국가(IS) 성폭력 피해자인 야지디족여성 마르바 알-알리코(24) 씨를 만났다.
'전쟁 성폭력 피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은 시공을 초월한 이날 만남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잔혹한 전쟁범죄의 만행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와 평화를 열망했다.
재독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 일본여성이니셔니티브베를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이 베를린 시내 한 시민공동체 회관에서 마련한 두 사람의 만남을 겸한 간담회에는 40여 명이 참석해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연대 의지를 표시했다.
길 할머니는 알-알리코 씨에게 "견디기 힘들겠지만 잘 참아 나가야 한다"라고 조언하고 "잘 참되 (그러나, 그 경험에 관해) 말을 계속해서 후세에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는 평양 출신으로서 1998년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이유는, 후세 분들이 이런 끔찍하고 아픈 일을 저처럼 앉아서 당하지 않는 세상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덧붙이며 알-알리코 씨의 손을 꼭 잡았다.
이라크 북부 지역에 주로 모여 사는 야지디족 출신인 알-알리코 씨는 2014년 두 자매와 더불어 IS 대원들에게 끌려가 참담한 피해를 보고, 또다시 성노예로 팔려간 사실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다른 행사에서도 수없이 구타를 당하는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 자살하려고 까지 했으나, 이후 기회가 생겨 탈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길 할머니가 2015년 8월 12일 자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영상일기'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끝내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며 연신 손수건으로 물기를 훔치기도 했다.
영상일기에서 길 할머니는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중략)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어서 참을 수 있었어요. (중략)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꼭 만나요"라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길 할머니는 13살이던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길 할머니와 동행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가 나서서 일본군위안부 피해 실태를 설명하고 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인정과 사죄, 법적 배상 등을 촉구하는 운동 현황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한편, 온라인 의학저널 'PLOS 메디슨'이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8월 IS의 야지디족 급습으로 3천100여 명이 학살되고 6천800명이 납치됐다. 학살된 야지디족 절반은 총살당하거나 불에 태워져 숨졌고 나머지는 부상, 탈수, 기아로 사망한 것으로 이 보고서는 추정했다.
또한, 납치된 야지디족 가운데 남성은 강제로 전투원이 됐고, 여성은 '성노예'로 학대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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